예로부터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란 말이 있다.웃고 화목한 집안에 많은 복이 깃든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문(門)은 집을 들어오는 대문을 말한다. 원인과 결과를 굳이 따져보면 돈이 많고 복이 철철 넘쳐서 웃음 꽃이 피었는지,아니면 집안 분위기가 웃고 화목해서 복을 불렀는지 불분명할 수 있다.

‘소문만복래’의 인과관계를 푸는 연구가 미국에서 진행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버클리대에서는 1958년과 1960년 사이에 찍힌 나이 20세 정도의 여학생 학급사진을 분석,이들의 얼굴 표정과 이후 운명 사이의 관계를 추적했다. ‘한 순간의 얼굴표정이 평생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여학생 141명을 이후 30년간 조사했다. 이들 여학생이 27세, 43세, 52세가 되면 자녀,재산,질병 유무 등을 조사했다.

놀랍게도 처음에 사진을 찍을 당시 가장 많이 웃는 학생들이 몇 년 뒤에도 가장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황한 연구원들은 학생들이 일부러 웃기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잘 생긴 호감형이나 미모가 영향을 미쳤는지 등 조사의 오류·왜곡 요인을 찾아봤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웃는 학생들은 사진촬영 당시 질문지에 대한 답에서 부정적인 감정지수가 가장 낮게 나왔었다.

결국 사진 속에서 보인 미소는 이후 삶에서 나타날 행복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고 연구원들은 결론냈다. 물론 평균적으로 그렇다. 간혹 무뚝뚝한 표정의 학생들이었지만 행복하게 사는 경우도, 웃고 있었지만 불행한 사람도 있었다.

학급사진에서 웃고 있다는 건 기분이 좋다는 사실을 반영한다.사회생활에서 웃음은 상대방에게 호감을 준다. 성공한 세일즈맨 치고 손님에게 웃지 않는 사람은 없다.

주식투자로 수억원을 날리고,부동산 투자로 거액을 손해봤는데도 웃어야 할까? 투자실패에 따른 낭패감으로 속이 쓰리더라도 겉으로는 “허 허”하며 웃을 줄 아는 긍정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실성한 사람처럼 웃다가는 남들에게 비웃음을 살 수 있다. 속으로는 와신상담의 칼을 갈아야 한다. 남학생의 학급사진을 대상으로 똑같은 연구를 했는데, 정반대의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웃음이 적은 남학생일수록 출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의 경우 단호한 표정이 미래의 성공을 보여준다고 해석될 수 있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