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어닝시즌이 반환점을 돌고 있다. 지난 27일까지 총 156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이 전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9%에 달해 대략적인 1분기 실적의 윤곽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1분기 어닝시즌은 시장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1분기 주식시장을 주도한 정보기술(IT) 자동차업종이 기대 이상의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반면 화학업종의 상당수 기업들은 ‘어닝쇼크’에 가까운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어닝서프라이즈 기업 총 22개사

실적발표 기업 중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이 존재하는 기업은 60개사다.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기업들의 실적(영업이익 기준)과 컨센서스 간 차이(괴리율)를 따져본 결과 총 22개사가 실적이 추정치보다 10% 이상 높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전체 어닝서프라이즈 기업 중 IT기업이 7개사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 LG전자 슈프리마 인터플렉스 이수페타시스 삼성전기 삼성SDI 등이 그 주인공이다. 삼성전자의 괴리율이 14.3%였고, LG전자는 32.9%에 달했다.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하나투어 GS리테일 기아차 등도 괴리율 10% 이상의 어닝서프라이즈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LG화학 호남석유 OCI 등 16개사는 실적이 추정치보다 10% 이상 낮은 ‘어닝쇼크’ 기업으로 분류됐다. 특히 웅진씽크빅 대우건설 두산 제일기획 등은 괴리율이 -30%를 넘어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신일평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1분기 주가흐름대로 실적 역시 IT 자동차 등을 제외하면 특별히 좋은 실적을 낸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어닝시즌 동안 코스피지수가 우햐향 곡선을 그린 것도 뚜렷한 실적 모멘텀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미국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저조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어닝서프라이즈 종목도 ‘옥석’ 가려야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들은 주가 흐름도 양호했다. 27일 137만4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어닝서프라이즈 기업들도 실적의 내용에 따라 향후 주가흐름은 차별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같은 은행업종의 경우 실적이 시장의 기대보다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주가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실적호전의 주 요인이 보유 중이던 하이닉스 지분 매각 같은 1회성 이익이기 때문이다.

포스코 역시 1분기 실적은 선방했지만 향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김현태 K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조강생산량이 급증해 4월 들어 중국 내 철강 가격이 약세로 전환, 포스코의 이익 개선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삼성전자 삼성테크윈 GS리테일 하나투어 슈프리마 등은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은 종목들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기록했던 사상 최대 실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2분기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GS리테일 역시 편의점업종의 특성상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더 좋기 때문에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 후보기업으로 꼽힌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