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주가 ‘LG화학 쇼크’로 20일 급락했다. 전날 발표된 LG화학의 실적이 쇼크 수준으로 나온 것이 원인이 됐다. 증권사들은 LG화학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화학주는 1분기를 ‘바닥’으로 2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주요 종목의 투자심리가 워낙 위축돼 실적 개선이 확인될 때까지는 당분간 투자를 자제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실적 우려로 화학주 대거 급락

이날 코스피지수는 25.21포인트(1.26%) 하락한 1974.65로 장을 마쳤다. 화학업종이 급락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유가증권시장 화학업종지수는 3.24%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화학업종을 각각 461억원과 2758억원 순매도했다.

LG화학이 9.21% 하락한 31만5500원으로 장을 마친 것을 비롯해 호남석유화학(-8.26%) 금호석유화학(-7.06%) 한화케미칼(-2.00%) 등이 동반 하락했다. LG화학과 호남석유화학의 낙폭은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변동성 장세가 이어졌던 지난해 9월5일(LG화학)과 10월20일(호남석유화학) 이후 최대치다.

화학주가 대규모 조정을 받은 데는 LG화학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게 결정적이었다. 김선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국제회계기준(IFRS) 1분기 영업이익 4595억원은 시장 컨센서스(추정치·6119억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라며 “고유가에 따른 원재료값 부담과 중국 내 수요 회복 지연 등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은 이날 LG화학의 목표주가를 54만원에서 47만원으로, 투자의견을 ‘적극 매수’에서 ‘매수’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신한금융투자(47만5000원→44만원)와 NH농협증권(45만원→38만원) 등도 목표주가를 내렸다.
이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호남석유화학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62.3% 감소한 2191억원으로 집계됐다.

◆“적극적 매수 당분간 자제해야”

지난 2월 중순 이후 조정을 받아온 화학주는 실적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과 중국 경기 부양 기대감 등으로 기관들이 매수에 나서며 회복 조짐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급락’이라 투자자들의 충격은 상당히 컸다.

전문가들은 “화학업종 업황이 1분기 바닥을 다진 뒤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했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화학업황은 약 10년 주기로 반복되는 경기 사이클의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수요에 비해 공급 능력이 크게 증가하기 힘들어 화학업체들의 가동률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주가 흐름을 극적으로 반전시킬 모멘텀이 부족해 2분기에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는 시점까지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선 안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화학업종은 최근 중국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회복세를 탔는데, 이것만으로는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2분기 이후 실적 개선 여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야 상승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