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가 지난 1분기 '어닝쇼크'에 해당하는 실적을 내놓았음에도 두 공동대표가 또 다시 경영권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하이마트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도 경영진이 '잇속 챙기기'에만 바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마트는 지난 1분기 별도 영업이익이 331억65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1.9% 줄었다고 전날 공시했다. 매출액은 6953억6300만원으로 9.4%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33억3700만원으로 53.2% 감소했다.

하이마트의 1분기 실적은 소비심리 둔화에 따른 가전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부진할 것으로 점쳐왔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 악화된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은 '경영 공백' 때문이란 게 증권업계 진단이다.

홍성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에는 경영공백에 따라 영업력이 대폭 약화돼 '어닝쇼크'를 기록했다"며 "당분간 경영 공백 상태가 지속돼 영업력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가전전자제품에 대한 구매심리가 다소 개선돼도 실적 회복으로 연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하이마트 주가가 거래정지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과정에 있어 투자판단이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경영권을 두고 날선 공방을 또 다시 벌이고 있다. 선 회장은 전날 "조속한 주식매매거래재개와 원활한 매각을 위해 대주주간 합의를 통해 영업 대표이사인 자신과 유경선 재무 대표이사가 하이마트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 측은 "동반퇴진에 대해 협의나 합의된 바가 없다"며 "선종구 대표는 말할 자격도 없는 입장"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선종구 대표이사와 유경선 대표이사의 퇴진과 관련한 사안은 오는 25일 열릴 하이마트 이사회에서 판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 회장이 동반 퇴진을 요구한 것은 한국거래소가 요구하는 경영 투명성 등 요건을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려는 꼼수 아니겠느냐"며 "매매거래가 하루 빨리 재개되야 보유 지분을 제 3자에게 매각하고 본인 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시장에서는 유경선 대표이사가 하이마트 매각을 철회하고 단독 체제로 하이마트 경영권을 장악할 의도를 갖고 있다는 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결국 선 회장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만큼 전액 환수시키고 보유 지분을 반납해야 소액주주가 더 큰 피해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또 "하이마트는 상장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소액투자자들이 선 회장과 유 회장, 상장 주관사, 회계법인 등을 대상으로 공모가(5만9000원)에 집단 소송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