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시즌…실적 부풀린 '애널 쇼크' 오나
LG전자는 올 들어 주식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지난 1~2월 14.78%나 상승했다.

그러나 정작 프리어닝 시즌(실적발표 직전 시기)에 접어들자 LG전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싸늘해졌다. LG전자의 29일 종가는 8만2100원으로 올 들어 최고치였던 지난 15일(9만3300원)에 비해 12.0%나 떨어졌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기업이 좋은 실적을 내도 애널리스트 예측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하락하는가 하면 LG전자처럼 한두 달 사이에 시각이 바뀌기도 한다. 시장에선 애널리스트들의 부정확한 실적 예측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과 추정치 오차 커

한국경제신문이 29일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집계한 결과 기업 실적과 애널리스트의 실적 추정치 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추정치가 3개 이상이었던 91개 종목 중 영업이익과 컨센서스(추정치 평균)의 오차가 10% 이내였던 종목은 10개뿐이었다. 오차가 5% 이내였던 종목은 3개에 불과했다. 실적과 컨센서스의 격차가 크다 보니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를 예측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실적이 전년도보다 대폭 개선돼도 주가가 하락하는 일이 많다.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조126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1.9%나 증가했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을 발표한 날부터 5거래일간 4.8%나 떨어졌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차는 과거보다 품질이 좋아졌고 수익 창출 능력도 향상됐다”며 “단지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유로 지난 1~2월 주가가 부진했다”고 말했다.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는데 주가가 오르기도 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956억원으로 컨센서스보다 12.2% 적었지만 실적 발표 후 5거래일간 주가는 6.81% 상승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 분기 실적이 부진해도 앞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면 주가가 오르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기대감 높아진 종목 주의할 필요

전문가들은 다음달 본격화할 1분기 어닝시즌(실적발표 기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추정치를 상향 조정하는 과정에서 기대치가 높아진 종목은 실적이 조금이라도 실망스럽게 나오면 실적 발표 이후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LG전자 하나금융지주 등 12개 종목은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지난 1월 초보다 10% 이상 높아졌다. 이 때문에 어닝서프라이즈가 예상되는 종목은 미리 샀다가 실적 발표가 임박했을 때 파는 것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도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4조9943억원으로 두달여 만에 15.2% 상향 조정됐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정치를 5조5000억원으로 제시한 곳(BoA메릴린치)도 있다. 그간 외국인과 기관이 삼성전자를 대규모로 매수한 만큼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 가이던스(잠정치)를 내놓는 다음주부터는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실적이 좋은 종목도 막상 실적을 발표하고 나면 하락하는 사례가 많다”며 “해당 기업의 실적이 중장기적으로 좋아지는 추세인지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