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전망 '엇갈려' 투자자는 '헷갈려'
증권사들의 올해 기업별 영업이익 전망치가 크게 벌어져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 기업에 대해 증권사 간 전망치가 2배 이상씩 차이 나는 곳들이 속출할 정도다.

지난해 말 기업 실적을 대규모로 하향 조정한 후 이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증권사별로 시기나 조정폭에서 크게 차이가 난 때문이다.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올 들어 주가가 갑자기 오르자 애널리스트들이 부랴부랴 뒷북 조정에 나선 점도 격차가 확대된 요인으로 꼽힌다. 1분기 실적이 가시화되면서 시장 내 이견이 좁혀지기 전까지는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영업 전망치 극과 극

15일 증권정보업체인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최근 3개월간 제시한 코스피200종목들의 올 영업이익 평균 격차는 40.6%에 이른다. 이는 올 영업이익 전망치의 평균값에서 위아래로 20.3% 정도씩 벌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STX팬오션을 비롯해 현대상선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한국전력 LG생명과학 하이닉스 등은 증권사 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2배 넘게 차이 났다. 한국전력과 LG생명과학을 제외하면 정보기술(IT) 해운 등 경기민감주들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STX팬오션이 건화물선 시황 회복과 노후선박 해체로 올해 141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하나대투증권은 시황 악화로 인해 상반기 대규모 영업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올해 687억원 적자를 예상했다. 현대상선도 유진투자증권은 4318억원 영업이익을, 동양증권은 2751억원 영업적자를 전망했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거시경제(매크로) 변수의 변동성이 커진 게 실적 전망치 격차를 벌린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이닉스 등 경기민감주의 주가가 크게 오르자 이를 감안해 이익 전망치를 뒤늦게 따라 올리면서 1분기 실적을 확인하고 올리려는 애널리스트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목선정 시 전망치 격차 감안을

시장의 관심은 실적으로 가고 있지만 편차가 워낙 커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다.

최근 유동성장세에서 실적장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주가 상승 탄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적이 좋아지는 것 같지만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박정우 SK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거시경제의 영향력이 큰 대형주는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의 추가적인 긴축 완화로 매크로 전망이 좋아지면 프리 어닝시즌(실적 발표 직전) 분위기도 달아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 전망치 평균인 컨센서스를 볼 때도 몇 가지 유의할 사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 예상 실적을 점검할 경우 최근 1개월 내 전망치를 낸 증권사들만 따로 모아 보든지 해야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평가 종목 선정 때도 전망치 간 격차가 얼마나 큰지를 따져본 후 고를 것을 권했다.

유석진 와이즈에프엔 상무는 “영업이익 전망치 격차가 좁은 종목을 대상으로 목표주가보다 낮은 것을 골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간 올해 영업이익 격차가 30% 이내이면서 목표주가 대비 주가가 낮은 종목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하이트진로 LS산전 LS 등이다. 현대차는 증권사 간 영업이익 격차가 13% 수준에 불과하며 현 주가는 목표주가 컨센서스(30만3848원)의 75% 수준이다.

서정환/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