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낫네"…실적 좋아진 2등株의 반란
대장주에 가려졌던 2등 주자들이 힘을 내고 있다. 하이닉스LG전자는 삼성전자 그늘에서 벗어나 상승률에서는 오히려 더 나은 성적을 올렸다. 최근 뜨는 조선업종에서는 삼성중공업, 은행업종에서는 KB금융 등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1등주보다 시가총액에선 뒤지지만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 최근 순환매 장세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익 개선에 속도 붙은 LG전자 하이닉스

올해 종목별 상승률을 집계해보면 2등주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하이닉스와 LG전자의 수익률은 각각 35.8%, 21.8%를 나타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올해 수익률은 16.3%로 이들 2등주의 수익률에 뒤진다. 지난해 최악의 시기를 보냈던 하이닉스와 LG전자가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빠르게 반등하고 있어서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에 대해 “엘피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가격 협상력이 강화되면서 D램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2분기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최근 한 달간 4.40% 증가, 삼성전자(1.36%)의 증감률을 뛰어넘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거듭하는 것과 달리 하이닉스는 2만9800원으로 지난해 4월 기록한 52주 최고가 3만7000원대와 아직 격차가 있다. LG전자 역시 저가 매력이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대우증권은 LG전자에 대해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주가는 여전히 54% 낮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78배에 불과하다”며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 등으로 최악의 시기는 지난 만큼 이제는 비중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숨고르기 속에 기아차 질주

KB금융(12.4%)과 우리금융(26.7%)의 올해 상승률은 대장주인 신한지주(6.8%)를 앞선다. 올초 은행주 재평가를 이끌던 신한지주가 지난달 실적 발표 이후 탄력을 잃은 반면, 우리금융과 KB금융은 꾸준히 상승을 시도하고 있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PBR 0.6배 수준으로 아직 저평가 영역에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업종에서도 1등주인 현대중공업(30.4%)보다 삼성중공업(48.9%) 대우조선해양(43.0%)의 올해 수익률이 더 높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의 38%를 달성해 ‘조선주 빅3’ 가운데 수주 모멘텀(상승 동력)이 가장 높고,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 추가 수주 여력이 돋보인다”며 목표주가를 각각 4만8000원, 4만3000원으로 상향했다.

자동차업종에서 2등주로 통하는 기아차는 최근 한 달간 9.1% 올랐다. 현대차가 3.4%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생산능력 증가와 유럽 신차효과에 힘입어 가장 높은 글로벌 성장 모멘텀을 갖췄다”며 기아차를 자동차업종 최선호주로 꼽았다.

◆실적 장세 이동…턴어라운드 2등주 주목

지난해 이맘때는 철저한 ‘부익부 빈익빈’ 장세였다. 자문형 랩어카운트로 들어온 개인 자금이 대형 우량주를 편애하면서 시장 온기가 블루칩에만 몰렸다. 하지만 올 들어 유동성 랠리가 종목별 키맞추기로 이어지면서 2등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금액 순)은 기아차였다. 하나금융 금호석유 다음 두산인프라코어 등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동성에서 실적으로 시장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1~2분기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우량주에 대한 관심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현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낙폭 과대 종목 중 이익 성장이 기대되는 옐로칩을 눈여겨봐야 할 때”라며 KB금융 삼성SDI 아시아나항공 GS 동국제강 등을 추천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