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줄이고 은행 대출 확대…기아차 '차입 바꿔타기' 시동
기아자동차가 과도했던 회사채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은행 대출을 늘리는 등 차입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회사채 차환 이슈가 불거질 수 있는 데다 외화 크레디트 라인(신용공여 한도) 설정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대출을 통해 은행과 네트워크를 쌓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최근 NH농협과 2년 만기 1000억원의 일반대출을 협의했다. 농협중앙회의 여신심사 과정은 마무리됐으며 기아차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이달 초 대출이 실행될 예정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대출 결정을 투자자금 확보나 운영자금 조달보다 차입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측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아차의 총차입금(작년 3분기 말 기준)은 3조6545억원이다. 이 중 회사채가 약 40%(1조4220억원)다. 8000억원가량의 단기차입금은 산업은행과 외환은행 등을 통한 무역금융이 전부다.

외화장기차입금도 수출입은행과 SC은행에 한정돼 있다. 원화장기차입금은 230억원가량에 불과해 국내 은행을 통한 운영자금 대출은 ‘제로’에 가깝다. 기아차 관계자는 “필요한 자금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대부분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대출 실적이 없는 편”이라며 “차입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은행과의 관계를 설정한다는 차원에서 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회사채 발행잔액을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으로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갚는 방식을 통해서다. 지난해 만기가 돌아온 기아차의 회사채 규모는 7800억원이다. 차환발행 규모는 3000억원에 불과했다. 회사채 순발행액은 작년 1년간 4800억원 줄었다. 작년 말 발행잔액은 1조3390억원이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실적이 좋아진 대기업들이 은행에 ‘갑’이지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차입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것 외에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은행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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