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피하자"…연말 소액증자 봇물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위축 등의 영향으로 재무상태가 썩 좋지 않은 상장기업들이 긴급 자금수혈에 나서고 있다. 내년 초 결산보고서 제출에 앞서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거나 부채비율을 축소해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들중 상당수 기업들은 자본잠식 상태 지속에 따른 일시적 퇴출 요건을 탈피하기 위한 ‘면피용’ 자금 수혈이어서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금조달 비상 걸린 ‘환기종목’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유상증자 공시 건수는 29건으로 지난 11월(18건), 10월(13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증자 규모도 1900억원에 달해 지난달(1300억원)보다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선 증자 규모가 10억원 미만인 소액증자 건수가 늘었다. 10억원 미만 소액공모는 증권신고서 제출 면제 대상이어서 주로 한계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인 디브이에스는 이달 들어서만 두 번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겠다고 공시했다. 7일 일반공모 방식의 증자에서 실패(청약률 0%)한 후 두 번째 증자에 나섰다. 조성옥 대표가 황우석 교수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져 한때 ‘황우석 테마주’로 분류됐던 이 회사는 10억원 미만의 유상증자 성공 여부가 회사 상장 지속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인 디웍스글로벌과 블루젬디앤씨를 비롯해 영진인프라 엠텍비젼 에이프로테크놀로지 등 코스닥 상장기업들이 현재 소액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연말 소액증자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올해 안에만 증자대금이 납입되면 회계상 자기자본 증가로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땜질식’ 자금수혈 악순환

한계기업들은 유상증자뿐만 아니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CB 등 주식전환사채는 주식전환권을 주는 대신 이자율이 낮아 코스닥 상장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주 활용된다.

4분기 이후 유상증자나 CB, BW 등을 발행한 코스닥 상장사 129곳 중 27.9%인 36곳이 두 번 이상 자금을 수혈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블릿PC를 생산하는 엔스퍼트는 10월 말에 이어 지난 20일과 23일까지 최근 석 달 동안 세 차례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발행한 CB의 조기상환 요청으로 원리금 81억원을 상환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이후 적자상태에 빠져 있는 영진인프라도 최근 한 달 사이 한 차례의 CB 발행과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또 엠텍비젼 에이프로테크놀로지와 거래소 상장기업인 글로스텍도 최근 두 차례 이상 자금조달을 추진한 기업들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