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미국 램버스와의 법정공방에서 다시 승리하면서 펀더멘털(내재가치) 개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17일 증시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법적 공방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불확실 요인이 크게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펀더멘탈 개선은 내년 1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 역시 그 전까지는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날 하이닉스는 샌프란스시코 주 법원에 미국 램버스사가 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MT)를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법 위반 소송에서 9대 3의 표결로 승소했다고 밝혔다. 배심원들은 지난 9월21일부터 두 달 가까이 끌어온 이번 소소송에 대해 최종적으로 배심원 12명 가운데 9명이 D램 업체들의 담합 행위가 없었고 램버스도 피해를 본 일이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이번 배심원 결정을 환영하며 지난 5월 13일 특허침해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데 이어 반독점 소송에서도 이김으로써 11년간 진행된 램버스와의 소송에서 결정적 승기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승소가 최종 판결은 아니지만 관련 공방이 하이닉스에 긍정적인 쪽으로 굳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SK텔레콤과 인수협상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영업 외 측면의 불확실성 요인은 분명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충담금의 일부도 환입되면서 실적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이닉스에 남은 부정적인 요인 중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반도체 업황 부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부분이다. 단기적으로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반도체 D램 고정가격이 더 빠질 우려도 있다.

신현준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반도체 업황 개선은 최소한 신규 PC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는 비수기철이 지난 내년 1분기 이후에나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은 D램 가격이 반등하는 시점이 곧 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나 주가 상승에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위원은 "모바일쪽 수요가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펀더멘탈 측면에서 PC 쪽 비중이 중요하다"며 "태국 홍수 사태로 인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출하량 감소 등의 변수도 고려하면 실적 개선 시기는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업황 부진에 따라 이미 한계 수준까지 도달해있는 해외 경쟁사보다 하이닉스가 유리한 입장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분석이다. 보유자금 측면에서도 하이닉스는 SK텔레콤으로의 피인수 과정에서 발행되는 신주로도 2조3425억원의 현금을 추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위원은 "업계 전체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해외 후발업체의 추가 감산 가능성이나 구조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공급 측면에서 하이닉스 상황이 더 낫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대만 난야의 유상증자 결정 여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신 위원의 조언이다. 그는 "이날(17일) 난야의 모회사인 포모사 그룹 이사회에서 유상증자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3년 내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난야는 운영이나 신규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