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ㆍ정유 웃고…조선ㆍ화학 울었다
3분기 어닝시즌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실적랠리'는 없었다. 오히려 삼성전자를 제외한 정보기술(IT · LG전자) 화학(LG화학) 조선(현대중공업) 기계(두산중공업) 금융(신한지주) 통신(SK텔레콤) 업종 대장주들의 수익이 둔화돼 재정위기 여파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이에 비해 자동차(현대차) 건설(삼성엔지니어링) 정유(SK이노베이션) 음식료(KT&G) 생활용품(LG생활건강) 업종 대장주의 실적은 호조를 보였다. 증권사들은 상장사의 4분기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도 IT 자동차 정유업종의 실적은 4분기에도 양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 정유 호조,조선 · 화학 둔화

삼성전자를 제외한 LG전자 삼성전기 등 IT 대장주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하이닉스는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 전환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LG전자도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냈다. 삼성전자는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내놓기는 했지만 전년 동기에 비해선 영업이익이 12.5%,순이익은 22.7% 줄었다.

조선업 대장주인 현대중공업은 매출이 36.5%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4.3%,54.6% 감소해 수익이 저조했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선박금융 위축 가능성 등이 제기되며 조선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라며 "올 3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인 데다 2009년 수주한 저가성 물량이 투입되면서 영업실적이 바닥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3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졌음에도 자동차와 관련 부품주들은 3분기에도 실적 호조를 이어갔다. 현대차 현대모비스는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두 자릿수 증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했다.

경기 민감주인 건설주의 실적 개선도 두드러졌다. 삼성물산은 영업이익이 26.7% 증가했다.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도 탄탄한 해외 수주 물량 덕분에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급증하며 수익성이 크게 호전됐다.

◆4분기 기대주는 IT 자동차 정유

전문가들은 대외 변수로 증시가 방향성을 찾지 못할 경우 실적 호전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4분기 실적 호전 업종으로는 IT 자동차 정유 유통 등이 꼽혔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4분기는 기업들이 배당과 세금,충당금을 쌓는 시기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이 나오기 쉽지 않은 편"이라며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IT업종과 계절적 성수기를 맞는 자동차,유통업종의 실적 개선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IT업종에서는 스마트폰 수요 강세에 근거해 삼성전자 삼성전기 LG전자가 유망 종목으로 꼽혔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경우 모바일 분야 노출도가 큰 데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약진에 따라 기판,카메라모듈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큰 데다 롱텀에볼루션(LTE)폰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됐다.

3분기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던 정유주는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4분기에도 실적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주의 실적 호조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상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해외 매출이 늘고 있어 4분기에도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화학주는 거시 변수 불확실성 증대와 제품 가격 하락,환율 영향으로 3분기에 이어 4분기 실적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