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등지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대학생 김승민(24)씨는 외국 동전을 한국 돈으로 1만원가량 남겨왔지만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상당수 은행이 소액 동전은 환전을 해주지 않는데다 환전을 해줄 때에도 수수료가 절반에 달했기 때문에 기념으로 보유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들이 외국동전 환전을 꺼리는 이유는 국내에서는 수요가 없는 외국동전을 해당 국가로 보내기 위해 소요되는 운송비와 보험료 등 비용이 동전의 70%를 차지해 절반 가격으로 환전하더라도 20%가량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외국동전 환전을 외면하면서 책상 서랍 등에 방치되고 있는 외국동전은 2천억∼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의 한 벤처기업이 막대한 외국동전 운송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환전시스템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벤처기업인 ACX가 개발한 환전시스템은 여행객이 외국 공항이나 은행에 설치된 시스템에 외국 동전을 주입하면 인증서나 영수증이 발행돼 이를 근거로 국내 은행에서 원화 환산액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국내 공항이나 은행에 설치된 ACX의 시스템에 한국 동전을 주입한 뒤 자국에서 인증서나 영수증을 제출하고 자국 통화를 받을 수 있어 국내 주화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

ACX는 환전시스템의 사업화를 위해 은행들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들은 동전 수납기계와 전용 전산시스템 구축 비용 문제 등이 해결되면 고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호응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은행과 잘 협의해서 환전처리 비용을 줄이면 은행과 고객 모두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해외 공항에서 수납기계를 찾아 동전을 환전할 고객 수요에 대한 예측과 함께 수납기계 구입, 설치비용, 인증서 진위 판별 비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