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재건사업 수주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 개선이 더해지면서 건설주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이후 시장 평균(코스피지수)에 비해 낙폭이 지나쳤다는 인식과 국내 부동산 경기지표의 개선 조짐도 가파른 상승에 힘을 보탰다. 다만 국내 주택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건설주 랠리가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사업 실적 전망 밝아

건설株 '장기 침체터널' 탈출하나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건설업종 지수는 6.29% 오른 180.04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 22개 업종 지수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 사망으로 리비아 재건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현지 사업을 진행 중인 신한과 한일건설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대림산업(9.88%) GS건설(8.66%) 대우건설(5.48%) 현대건설(4.69%) 등 해외건설 비중이 높은 대형 건설주도 강세를 보였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실적 모멘텀도 새롭게 부각됐다.

지난 2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대우건설도 104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앞으로 발표 예정인 주요 대형 건설사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현대건설은 1주일 전 1899억원이었던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929억원으로 늘어났다. 대림산업은 한 달 전 1083억원이었던 영업이익 추정치가 1주일 전 1113억원으로 조정된 뒤 이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발 수주 감소 우려 과장돼"

건설주는 9월 초부터 이달 초까지 한 달간 "유럽 등 글로벌 경기침체와 유가 하락으로 중동 시장 발주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유럽발 불안감이 다소 완화되고 유가가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이 같은 우려가 지나쳤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정책연구실장은 "두바이 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국내 건설사 수주 물량이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올 재정계획을 매우 보수적인 시각에서 짜놓았지만 실제 발주 상황은 이보다 나을 것"이라며 "증시가 과도하게 반응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연간 해외수주 목표 달성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조동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주요 건설업체들이 올 들어 이미 달성했거나 연내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수주 물량을 감안하면,올해 해외 수주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매출 성장세 회복과 추가 대손 충당금 설정 규모 감소 등으로 건설주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거나,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국내 주택시장 회복 여부가 변수

전문가들은 국내 부동산 경기지표가 개선 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4분기 국내 건설사들은 12만6750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다.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한 규모다. 주택 거래량도 올 3분기에 전년 대비 34% 늘어난 12만9885건을 나타냈다.

하지만 국내 주택사업 부문이 완전히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건설주 랠리가 오랜 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노기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양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 기대감이 낮고 수도권 미분양도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종현/이태호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