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혼돈 증시'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위기와 이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는 언제 끝날지 모를 긴 터널을 통과 중에 있다. 끝없이 오르는 전세값에 늘어나는 금융비용과 차량 유지비, 주택 관리비, 자녀 사교육비, 여기에 증시 급락에 따른 금융자산 축소까지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엄혹한 시기에도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비책은 분명히 있고 또 반드시 찾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혼돈 증시', 생존의 비책을 찾아라] 시리즈를 통해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1부는 증시 급락으로 얇아진 호주머니와 쪼그라든 금융자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재배분하고, 맞춤형 금융상품에 투자할 것인가를 대한민국 최고 PB들의 제언을 통해 제안한다. 2부에서는 주식과 환 상품, 자문형 랩어카운트, 헤지펀드 등 실질적인 금융상품의 투자 비책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 주요 증권사 PB 19명의 선택은?…지수 연동 주식형 펀드

직장인 이석형씨(38·가명)는 지난 2008년 9월 리만 브라더스 사태가 터진 이후 지수가 장중 892.16(2008년 10월27일)까지 밀리는 걸 목격했다. 당시 그는 지수가 반등할 것으로 믿고 매수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지수는 2009년 3월 다시 한번 바닥을 찍고 반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1100~1500대의 구간에서 KODEX 200 상장지수펀드(ETF)를 분할 매수했다.

수 개월에 걸쳐 KODEX 200을 매수한 그는 지난 4월 지수가 2200선이 넘는 구간에 이르자 누적수익률이 40%대까지 치솟았다. 그는 행복했다. 장기 투자를 신념으로 삼았던 자신의 판단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분할 매수 전략도 맞아 떨어졌다. 그는 당시 연말까지 지수가 3000선에 이를 것이란 증권사의 전망을 믿었다.

사건은 8월에 터졌다. 코스피 지수는 유럽발(發) 악재와 미국 경기 침체 공포에 지난 8월 2일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김씨의 수익도 반이 사라졌다.

하지만 하루 변동폭이 100포인트 가까이 이르는 장세가 연출되자 그는 KODEX 레버리지 ETF 매매를 통해 다시 수익률을 10%대로 회복했다. KODEX 레버리지는 지수가 1% 상승할 경우 2~2.5배의 수익을 안겨주는 ETF 상품이다.

증시가 최근 박스권을 형성하며 횡보하는 가운데 변동폭을 이용한 ETF 투자가 적중한 것이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연초 대비 10%이상 급락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대단히 선방한 셈이다.

이렇게 동토 증시에서 ETF가 든든한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경닷컴>이 국내 주요 증권사의 현직 프라이빗 뱅커(PB) 19명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을 질문한 결과, 주요 PB들은 30대와 40대에게 국내 주식형펀드의 비중을 각각 32%, 24%를 편입할 것을 주문했다.

안정적 투자를 원하는 50대에게는 11% 정도가 국내 주식형펀드 편입 비중으로 적합할 것으로 판단했다.

◆ 여전한 변동성 증시…상장지수펀드(ETF)가 '해답'

PB들은 주식형펀드 상품 중에서 지수와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상품 투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응경 삼성증권 삼성동지점 PB팀장은 "최근 시장에서는 주도업종이라든지 특정 수출 종목등의 판세에 대한 전망이 어려운 시장"이라면서 "종목을 압축해서 들고 가기에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장세에서는 지수와 관련한 ETF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ETF가 투자처로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차장은 "ETF는 코스피의 방향성에 투자하기 때문에 최근처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좋은 투자 상품으로 보인다"며 "ETF의 경우 증권거래세가 면제되고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ETF가 직접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장내에서 수익 실현이 가능하고, 원하는 가격에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어 주식시장 움직임에 따른 단기 대응도 가능하다"고 했다. 또 ETF의 종류도 다양해 투자자 성향에 따른 선택의 폭도 넓다는 설명이다.

◆ "1년 목표수익률 30%로 잡자"…변동성이 심해지면 단기 트레이딩

향후 1년간 ETF 투자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일단 목표수익률은 1차적으로 30%대를 노리라는 조언이다.

최일종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신촌지점 PB는 "최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KODEX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에 대한 투자를 많이 권하는 편"이라면서 "일중 변동폭이 70~80포인트에 이르는 날이 많아지면서 ETF를 통한 단기 매매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PB는 "일별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현재로서는 장기 투자 보다는 단기 트레이딩을 통한 수익 실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선 KB투자증권 목동PB센터장은 "글로벌 리스크가 수급 국면에 이르기전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1900대 전후라면 현금 비중을 늘리고,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1650 이하에서는 분할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PB는 "1년 간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KODEX 레버리지 상품에 2000만원을 투자해 목표수익률 30%를 추구하면 될 것"이라며 "만약 2000만원을 투자한다면 600만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글로벌 경기나 증시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은 똑같지만 향후 반등 시점을 전망해 볼 때 해외 주식형펀드보다는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투자가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응경 PB팀장은 "지난 리만 브라더스 사태를 겪은 이후, 국내 주요 수출 기업들은 양호한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미국, 유럽 증시 등과 마찬가지로 국내 증시도 상황이 호전적이지 않으나 향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국면에서 반등 시점이 오면 국내 주식의 반등폭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 설문 응답자(가나다 순, 19명)- 권혁렬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을지본부점 PB, 김영민 하이투자증권 압구정지점 자산운용부장, 김용구 대신증권 컨설팅랩 팀장, 김용선 KB투자증권 도곡PB센터장, 김재홍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PB, 김정환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영업부 PB, 박상호 하나대투증권 이수역지점 PB, 박응경 삼성증권 삼성동지점 PB팀장, 박재선 KB투자증권 목동PB센터장, 변주열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장, 신혜정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장, 윤석현 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센터장, 이권철 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센터장, 이동희 한화증권 갤러리아지점장, 이종숙 유진투자증권 도곡자산관리센터 PB, 이희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프리미어컨설팅팀장, 전현진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 PB팀장, 정대영 KB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장, 최일종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신촌지점 PB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