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무더기 피해 우려에 감시인력 긴급 투입

증권시장 감독 당국이 `정치인 테마주(株)'에 대한 긴급 감시활동에 나선 것은 작전 세력이 가세해 개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주식시장에는 요즘 정치인 테마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이나 국민적 지지율이 높은 인사와 인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연일 치솟고 있다.

감독 당국은 대통령 선거가 아직 1년 이상 남은 시점에서 정치인 테마주들이 극성을 부리는 주식시장에 서둘러 개입하지 않으면 시장 질서가 극도로 문란해질 것으로 판단해 감시인력을 대거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특히 각종 정치테마주에 작전세력이 개입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는 점도 조기에 칼을 빼든 이유다.

작전세력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 거품이 순식간에 터져 `묻지마 투자 대열'에 합류한 개인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장 출마설이 돌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박원순 변호사 등이 정치인 테마주의 중심에 선 인물들이다.

안 원장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로 돌풍을 일으키자 그가 최대주주인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급등했다.

서울시장 출마설과 함께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불출마 가능성이 제기된 6일에는 4.70% 상승에 그쳤다.

안 원장과 막역한 사이인 `시골의사' 박경철 신세계병원장이 사외이사를 맡아 전날 상한가를 기록했던 KT뮤직은 6일 하한가로 추락했다.

반면에 안 원장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박원순 변호사가 사외이사인 풀무원홀딩스와 재단 임원을 맡은 웅진홀딩스는 모두 상한가로 마감했다.

문 이사장과 친분이 있다는 루머가 돌았던 대현의 주가 흐름을 보면 한편의 코미디였다.

지난 7월 중순 증권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진 한 장의 사진이 테마주 형성의 실마리가 됐다.

문 이사장과 눈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된 한 남자의 사진이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퍼졌는데 이 남자가 대현의 신현균 대표라는 설명이 붙었다.

당시 문 이사장이 대권주자로 거론되며 지지율이 급속도로 올라가던 때라 이 사진이 퍼지자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대현 주가는 연일 급등했다.

그러나 나중에 원본 속 인물이 신 대표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대현 주가는 폭락세로 돌아서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정치인 테마주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복지 구상을 밝히며 대권 행보를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박 전 대표가 내놓은 복지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한 저출산 대책 테마주가 대표적이다.

지난 연말 2천원대 초반이었던 아가방컴퍼니는 올해 7월27일 장중 최고 1만7천650원까지 뛰었다.

특히 7월14일부터 8거래일 만에 두 배가량 폭등했다.

박 전 대표와 관련 있는 인물이 주주로 있는 기업까지 덩달아 급등하는 이상현상까지 벌어졌다.

박 전 대표의 동생 박지만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EG는 지난해 11월말 2만3천원대에서 한달만에 3만8천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2월 말 2만5천원대까지 흘러내렸다.

박 전 대표에 이어 4월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관련주가 움직였다.

손 대표가 분당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며 테마주가 급등했다.

손학규 테마주로 꼽히는 한세예스24홀딩스는 4월29일 2천830원에서 6월22일 9천770원까지 올랐다.

이후 4천원대로 내려왔으며 6일에는 5천580원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이런 정치인 테마주는 실체가 분명하지 않다.

대부분 증시 흐름이나 기업의 실적과 상관없이 움직여 매우 위험하다.

정치인이 직접적으로 해당 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기대만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테마주가 단기간에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작전세력이 개입한 결과다.

일부 거래자가 그럴싸한 이유로 주가를 높이면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일반 투자자가 높은 가격에 추격 매수하고, 어느 정도까지 주가가 치솟으면 거품을 형성한 세력이 빠져나가는 식으로 작전이 이뤄진다.

거품이 터지면 하한가에도 주식이 팔리지 않아 뒷북 투자에 나선 개미들이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감독 당국은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정치인 관련 종목들의 주가 급등 원인과 거래량 등을 자세히 살피고 있다.

특정 세력의 시세조종이 진행된다는 판단이 서면 해당 계좌의 소유주와 다른 계좌와의 연관성 등 계좌추적권을 발동한다.

금감원은 범죄 혐의가 확실해지면 해당 인물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7일 "작전이 개입된 것으로 의심된 테마주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다.

사진 조작 등으로 주가를 띄운 불순한 세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찾아내 고발조치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박상돈 강종훈 기자 keunyoung@yna.co.krkaka@yna.co.kr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