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CEO직을 사임 소식에 애플과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내놓으면서 전세계 IT 트랜드 변화를 주도했던 스티브 잡스가 물러나면 애플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25일 오전 9시 47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만5000원(3.53%) 오르 73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루만에 급반등이다. LG전자도 4%대 강세다.

스티븐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잡스는 "더이상 애플의 CEO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이사회에 차기 애플의 CEO로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을 추천했다. 잡스는 다만 회장직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잡스의 비전과 리더십은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 기업이라는 현재의 위치로 이끌었다"면서 "이사회는 팀 쿡이 우리의 차기 CEO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팀 쿡이 스티브 잡스보다 국내 업체들에게 우호적인 편이어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IT총괄 상무는 "신임 CEO 팀쿡이 잡스보다 국내 IT업체들에 비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일단 국내 IT업체들에는 긍정적인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소식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테크팀장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분면 부정적 뉴스는 아니다"면서도 "애플의 전략 노선이 어떻게 수정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에 호재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국내 업체들에게 긍정적일 수 있는 부분은 애플 성장의 큰 축이었던 '잡스 리더십'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라며 "애플의 후속 제품들이 이전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식으로 구글과의 관계에도 좀 더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들게 하는 대목이라고 박 팀장은 언급했다. 그는 "애플의 영향력이 지금보다는 약화될 수 있다는 가정하고 보면, 구글이 모토로라를 통해 당장 스마트폰 제조업에 뛰어들기보다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관계가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 상무는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잡스의 사임이) 네덜란드 법원 판결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올해 4분기부터는 애플과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생긴다"며 "지금까지보다 전략적으로 강화된 관계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는 네덜란드 법원의 판결이 일단락난 상황에서 추후 새로운 소송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애플에 대해서는 일단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평이다. 김 상무는 "애플이 기존에 보이던 강한 시장지배력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진 않겠지만 점진적으로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애플 주가는 잡스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급락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장외거래에서 애플의 주가 는 이날 종가 376.16달러대비 5.07% 떨어진 357.1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사퇴에 따른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RNC 젠터 캐피탈매니지먼트의 다니엘 젠터 대표는 "잡스는 애플의 역사에 큰 역할을 해왔다"면서도 "지난 2년 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본래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임 이후에도 잡스가 이사회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구체적인 승계계획을 만들어갈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초 잡스가 병가를 냈을 때도 애플 주가는 급락했고 삼성전자와 LG전자 주가는 강세를 나타냈다. 지난 1월 17일 스티브 잡스의 병가 발표로 뉴욕증 권거래소에서 4.03%, 독일 프랑크프루트 증시에서 7% 하락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후 사흘동안 6.86%와 5.70% 급등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 이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