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인 원 · 달러 환율이 극도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로금리 2년 연장으로 약(弱)달러가 불가피해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과 '외국인 주식매도 자금이 빠져 나가면서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원10전 오른 1087원10전으로 출발한 뒤 한때 1090원50전까지 오르는 등 줄곧 등락을 거듭하다가 1081원80전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7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던 전날 환율(1080원)에 비해 많이 오르진 않았지만 장중에 1090원50전을 기록하는 등 등락폭은 10원에 달할 정도로 컸다.

환율 움직임이 이처럼 불안해진 것은 최근 외환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코스피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인 10일 원 · 달러 환율은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 2년 연장에 따른 달러화 약세,코스피지수 상승 등의 영향과 국내 은행권의 달러 매도 물량으로 1070원대에 개장가를 형성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코스피지수가 약세를 보이자 환율도 상승세를 띠기 시작해 1080원대로 올라섰다.

11일에도 환율은 뉴욕증시 폭락 여파로 초반 강한 상승세를 탔지만 오전 11시께 코스피지수가 상승 전환하자 상승폭을 줄였다. 외국인 주식 순매도는 전일보다 크게 줄었고 수출업체들의 달러화 매도는 많이 유입됐다.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외환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금리 동결이 이미 예견된 탓이다.

시장에선 원 · 달러 환율이 1090원 선을 쉽게 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당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시중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환율이 1090원대 초반을 찍으면 정부가 즉시 개입해 추가 상승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딜러들도 많지는 않다. 금융시장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일부 국내 은행들이 역외 달러매수에 나서고 있는 데다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 가치가 부각되고 있어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