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끝없이 추락하던 증시를 구했다. 9일 장중 1700선이 무너지며 폭락세를 보였던 코스피지수는 1800선을 간신히 지켰다. 대만 등 아시아 증시도 정부와 기관투자가들이 나선 덕분에 낙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68.10포인트(3.64%) 하락한 1801.35로 마감했다. 지난해 9월9일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오전 한때 1700선이 깨지고 1684.68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장중 낙폭이 184.77포인트에 달해 전날 세운 사상 최고치(143포인트)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코스닥지수는 29.81포인트(6.44%) 하락한 432.88로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이틀 연속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 정지)와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정지)가 발동됐다. 이들 제동 장치가 이틀 연속 발령난 것은 2008년 10월 이후 3년여 만이다.

끝없이 추락하던 증시를 막은 것은 연기금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은 505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1조1717억원어치를 판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맞섰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은 911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에 앞서 증권사 · 자산운용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기관을 비롯한 유력 투자그룹이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3조3364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나타내는 이른바 '공포지수'도 지수 산출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전날보다 42.12% 오른 50.11로 마감했다. 이는 2009년 4월13일 지수 산출 이후 최고치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6거래일간 370.96포인트 빠졌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208조9872억원 감소했다.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대만 가권지수는 장 초반 5%의 급락세를 보였으나 정부가 4개 기관 펀드를 통해 대규모 주식 매입에 나섰다는 소식에 0.79% 하락한 7493.12로 마쳤다.

중국도 당국이 관영 언론을 통해 "중국 증시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문에 폭락할 이유가 없다"고 시장에 메시지를 전한 덕택에 보합 수준에서 마감했다. 장중 8700엔까지 내줬던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뒷심을 발휘해 1.68% 하락한 8944.48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는 팔지만 채권 시장에선 사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