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더블딥(일시회복 후 재침체)'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는데도 이를 해결할 주체와 방법이 없다는 절망감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2년간 막대한 돈을 풀었으나 정상궤도에 아직 진입하지 못한 실물경제에 대한 실망,막대한 재정적자로 제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미국과 유럽국가 정부에 대한 불신,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투자자산을 투매하고 안전한 곳으로 한꺼번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의 양떼 행동이 겹쳐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하반기의 '1차 위기'에 이어 대공황 징후까지 엿보이는 '2차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5일 코스피지수는 3.70%(74.72포인트) 급락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무려 5.58%,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3.72% 폭락하는 등 아시아 주식시장이 일제히 '검은 금요일'에 휩싸였다. 전날 미국 증시도 4% 이상 떨어지는 등 '붕괴'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치닫는 근원은 두 곳에서 만들어졌다. 첫째는 미국 등 선진국들의 실물경기 부진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는데도 경제는 살아나지 못했다. 세계 최대 소비대국이었던 미국마저 저축에 눈을 돌리면서 세계시장에 불황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웠다. 지난 6월 미국의 소비지출이 약 2년 만에 감소한 것이 단적인 예다. 유럽과 일본 경기도 좋지 않다.

둘째는 지난 2년간의 미약한 세계경제 회복이 '금융부문 부실이 재정으로 이전된 데 따른 부수효과'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국가부채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해 재정지출 축소에 나섰고,유럽 국가들은 국채부도 위기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닥터둠(경제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모든 나라들이 자신의 문제를 미래로 떠넘기고 있다"며 "2013년에 진짜 위기인 퍼펙트 스톰(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한 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주식을 투매하다 보니 일부 투자자들은 증거금마저 부족해 금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금화한 돈은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일시에 몰려들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다음주 초로 예정된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와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앞으로 증시 흐름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종현/이상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