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글로벌화를 위해 한국거래소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해외기업 상장 작업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있다. 일본 기업인 네프로아이티가 소액공모 청약증거금 횡령사건으로 상장폐지에 처할 위기에 빠진 가운데 중국기업인 코웰이홀딩스는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코웰이홀딩스 상장폐지 추진

코웰이홀딩스는 사모투자전문회사인 한앤컴퍼니아이홀딩스가 코웰이홀딩스의 보통주 1004만2593주를 주당 4300원에 23일까지 공개매수한다고 2일 공시했다. 매수가격은 전날 코웰이홀딩스 종가(3510원)보다 22.5% 비싼 수준이다.

공개매수는 기업의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해 주식의 매입가격과 기간,수량을 미리 제시하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지분을 매수하는 것이다. 만약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한앤컴퍼니는 코웰이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곽정환 씨가 소유한 주식 1995만7407주를 제외한 나머지 1004만2593주를 모두 취득해 공동으로 회사를 경영하게 된다.

코웰이홀딩스는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회사 측은 "비상장회사로 전환해 경영활동의 유연성을 추구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증시에 상장돼 있는 외국기업은 모두 19곳이다. 이 가운데 네프로아이티는 지난달 발생한 일반공모 청약증거금 횡령 사건으로 거래가 중지됐다. 중국고섬은 자회사의 은행잔액이 확인되지 않아 지난 3월 싱가포르와 한국에서 거래가 중단됐다.

◆'올스톱'된 해외기업 IPO

중국고섬 사태 이후 해외기업의 한국 상장 작업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완리인터내셔널이 6월 상장되기는 했지만 청약과정에서 청약 대상 주식 1220만주 중 88만3273주(7.4%)가 미달됐다. 이후 해외기업 상장 작업이 또 다시 중단된 상태다.

증권업계 IPO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올해 해외 기업의 한국증시 상장은 중국고섬(1월)과 완리인터내셔널로 끝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007년 3노드디지탈이 코스닥에 상장되면서 시작된 해외기업의 한국증시 입성은 △2007년 2곳 △2008년 2곳 △2009년 6곳 △2010년 7곳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은 외국 기업의 한국증시 상장 얘기가 쑥 들어간 상황"이라며 "아시아권 기업 2곳에 대한 주관업무를 맡고 있는데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기초적인 실무작업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난감해진 한국거래소

연초 글로벌 100대기업을 포함한 우량 해외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한국거래소는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 해외기업 상장 작업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기존 상장사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상장폐지를 추진하거나 폐지될 위기에 처해 있어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기업의 국내증시 상장을 성공시키면 IPO 트랙 레코드(실적)에 유리하게 작용해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로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며 "글로벌 우량기업 유치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