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악기, 정보보안, 엔터테인먼트. 그다지 비슷한 부분이 없어 보이는 이들 산업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대기업이 아닌, 중견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이들 기업에 투자자들의 러브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가구업계 1위 기업 한샘은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상장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주가를 기록 중이다. 이날도 강세를 이어가 장중 한때 1만7750원까지 오르면서 최고가를 또 한번 경신했다.

특히 지난달 주가 상승률은 매우 가팔랐다. 한 달 동안 약 30%나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5% 오른 것을 감안하면 상승률은 더 두드러진다.

한샘의 상승세는 기본적으로 실적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한샘은 올 상반기 매출 3305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대비 각각 13.9%와 44.4% 증가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더 좋아, 영업이익 증가율이 60%에 달했다.

실적 개선의 동력은 브랜드 파워 개선이다. 건설사 등에 도매로 납품을 많이 했던 이 회사는 최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소매 비중을 높이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키웠다.

이를 기반으로 기존 부엌가구에서 욕실, 마루, 벽지 등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한샘은 주택 인테리어 사업자가 된다는 계획이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가구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는 B2B(기업간 거래)와 달리 부동산 업황에 따른 급격한 수요 변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B2C는 상대적으로 가격결정권도 가구 업체에 있어 한샘의 안정적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종합 악기 회사 삼익악기도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달 주가 상승률은 31.3%에 달한다. 이날도 오후 2시 32분 현재 6.05%의 상승률을 기록중이다. 장중 한때 1695원으로 1년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기술에 있다. 1958년 설립 초창기에는 피아노 수입 판매에 주력했지만 2002년 독일의 벡스타인, 2008년 독일 자일러를 잇따라 인수했고 2009년 11월에는 세계 최고 악기 브랜드 스타인웨이의 지분까지 확보했다.

잇단 M&A(인수ㆍ합병)는 고급 피아노에 대한 원천기술 확보로 이어졌고, 이는 전문 연주자용 피아노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브랜드 이미지 또한 크게 개선됐다.

영업실적 개선은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해 삼익악기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989억원, 영업이익은 88.1% 급증한 73억원에 달했다.

증권가(街)는 삼익악기의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주목하고 있다. 2005년말 중국 상하이에 판매법인을 설립한 삼익악기는 최근 중국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월 매출이 지난 1월 20억원까지 늘었다.

김희성 한화증권 연구원은 "올 연말쯤이면 삼익악기의 중국 매출은 월 30억원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내년에 중국에서만 약 360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등 중국 시장은 삼익악기의 주력 시장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정보보안 기업 안철수연구소는 잇단 대형 해킹 사고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같은 시각 안철수연구소는 8%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장중 2만73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농협, 현대캐피탈 등 대형 금융기관에 이어 최근 국내 최대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기업 SK커뮤니케이션의 고객 정보까지 유출되자 정보보안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커져서다.

주가가 오르고 외형이 커지면서 그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기관 투자자마저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사고 있다. 기관은 지난달 8일부터 29일까지 단 사흘을 제외하고 연일 안철수연구소 지분을 늘렸다.

'소녀시대', '동방신기' 등을 내세워 K팝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에스엠은 그 인기가 증시에서도 하늘을 찌른다. 올 한해만 주가가 약 60% 올랐다. 작년 한해와 올해 현재까지의 수익률을 합하면 500%가 넘는다.

이밖에 국내 여성복 1위 기업 한섬, 절삭공구 시장에서 돋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와이지-원, 세계 아웃도어 시장을 석권한 '노스페이스' 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 중인 영원무역 등도 연일 증시에서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