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국 부채한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에 연일 박스권에서 맴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수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관의 매매패턴이 바뀌어 눈길을 끈다.

29일 기관은 그동안 내수주에 집중하던 모습과 달리 기존 주도주인 운송장비와 장기간 소외됐던 전기전자 업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맞춰 전문가들도 다시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이들 업종을 주목할 때가 왔다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

◆기관, 주도주 복귀에 대비하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1시 현재 기관은 전기전자와 운송장비 업종을 각각 790억원, 117억원씩 집중적으로 순매수하고 있다.

하이닉스와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기아차를 각각 매수 1순위, 3순위에 놓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SDI도 관심권에 두고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발표를 계기로 제 몫은 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IT(정보기술)주도 최악의 상황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IT주가 반등 시기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화학과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의 경우 실적 모멘텀(상승 동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대외 불확실성으로 내수주가 대안주로 떠올랐지만 그 이후를 준비하는 움직임 또한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대외 불확실성을 내수주로 회피했다면 이제는 기존 주도주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며 "경기가 꺾이지 않는 이상 자동차주는 계속 달릴 것으로 보이고 화학과 철강금속주는 중국발 모멘텀으로 인해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IT株, 미워도 다시 한 번?

다만 IT주의 경우 이날 반등은 '반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우세했다. 주가가 바닥을 형성하고 있다는 인식은 강하지만 실적이 그만큼 받쳐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서다.

김록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IT주의 경우 일반적으로 3분기 실적이 최고조에 이르지만 올해에는 성수기 없이 지나갈 수 있다"며 "TV수요가 약한 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TV수요 부진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LED(발광다이오드) 부문과 맞물려 있어 전반적인 업황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안성호 한화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이날 하이닉스 주가 강세에는 일본 엘피다가 D램을 감산할 것이란 소식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올 3분기 IT 업체들의 실적은 2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내달 초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 경우 주가 반등은 예상 외로 빠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