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애플의 주가가 사상 처음으로 400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LG전자는 속이 탔다. 다음날 투자자들에게 휴대폰 사업부(MC)가 5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기 때문이다.

2009년 이후 세계 휴대폰시장이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애플의 약진에 주목하는 동안 LG전자 노키아 등 전통의 강자들은 급격한 기업가치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LG전자는 28일 2.74%(2300원) 떨어진 8만1500원에 마감했다. 시장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2분기 실적을 전날 발표한 탓이다. 이날 주가는 2년 전보다 36%나 낮은 수준이다. 시가총액도 18조4000억원에서 11조8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2년 동안 애플에 빼앗긴 기업가치가 7조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부는 2009년에 1조246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이듬해 7090억원 영업적자로 급전직하했다.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반기 중 1550억원의 손실을 냈다.

전문가들은 LG전자의 현 주가를 바닥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휴대폰 부문의 실적이 회복되기 전에는 상승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는 분위기다. 한은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뚜렷한 히트작이 없어 실적 개선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