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400~500회 기업탐방…부산-안동-서울 1日 설명회
회사 경비아저씨 정보원으로, 사무실 인테리어로 경영 파악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지난달 18일 일본 하네다행 비행기에 올랐다. K팝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소녀시대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흔히 말하는 '삼촌부대'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다. 운용 중인 펀드가 에스엠(71,800 +2.28%)엔터테인먼트의 주요주주이기 때문에 한류 열풍을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자비를 들였다.

예리한 분석으로 먹고사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의 세계도 발로 뛰어야 산다는 통념이 통하고 있다. 최 팀장이 운용 중인 'KB밸류포커스'펀드는 지난해 46.7%의 수익률로 국내 주식형펀드 중 2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8.64%의 수익률로 평균을 3%포인트 이상 웃돈다. 최 팀장은 "2009년 11월 3000원대에 산 에스엠이 현재 2만7000원으로 9배나 뛰었다"며 "일본 음반시장에 대해 알아보고 소녀시대가 통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숨어 있는 가치주를 발굴하려면 발로 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내로라하는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은 1년에 400~500회씩 기업을 방문한다. 1주일에 7~8군데를 다닌다는 얘기다. 한화증권에서 조선 · 기계 업종을 담당하는 정동익 연구위원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232번 탐방을 다녀왔다. 그는 올 상반기 한경비즈니스 선정 베스트애널리스트에서 해당 업종 내 상위권에 올랐다. 한 애널리스트는 "수시로 탐방하고 이를 기초로 세미나를 연 뒤 보고서를 써야 해 평일 새벽 3~4시 출근은 예사이고 주말 아침 7시에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SM엔터 분석 위해 日로 날아가 소녀시대 공연보고…눈물겨운 애널리스트 '육탄 보고서'

투자전략가인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최근 '경부선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아침에 부산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후 안동시 이마트로 이동,투자자들을 만났다. 이후 서울로 이동해 저녁 때는 서울에서 투자설명회를 가졌다. 이 연구위원은 "얼마 전 운전하다 신호위반으로 걸렸는데 잦은 증권방송 출연으로 얼굴이 알려져 경찰관이 알아보고 봐준 적이 있다"는 경험도 들려줬다.

기업 방문 때는 실적과 경영현황 체크를 우선시하지만 자신만의 노하우로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회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데도 신경을 쓴다. 그중 하나가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과 사무실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이다. 한상수 삼성자산운용 전략운용본부장은 "회사 경비원들도 중요한 정보원"이라며 "이들을 통해 공장 원자재나 제품 입출고 차량 운행 횟수의 증감만 알아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성부 동양종금증권 채권분석팀장은 고위 임원을 만날 때 책상과 벽에 걸린 그림을 유심히 본다. 회사 수준에 걸맞지 않게 너무 비싼 그림을 걸어놓거나 인테리어에 과도한 비용을 쓰는 기업은 의심한다. 저자세로 지나치게 친절한 기업도 더 꼼꼼하게 접근한다. 유철환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직접 보고 느낀 뒤 오감을 동원해 기업을 파악하고 육감을 더해 보고서를 낸다"고 말했다.

서정환/이태호/송종현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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