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의 삶,펀드매니저의 삶 모두 새롭게 시작합니다. 가치 있는 명곡을 만들고,가치 있는 주식을 계속 발굴할 거예요. "

노래하는 펀드매니저 김광진 씨(47 · 사진)가 인생 2막을 연다. 김씨는'편지''마법의 성'으로 유명한 가수 겸 작곡가이자 증권가 애널리스트 겸 펀드매니저다. 그런 그가 언뜻 어울리지 않는 '이중생활'을 해온 지 20여년 만에 변신했다.

솔로 활동을 해오던 그는 박용준 씨와 다시 의기투합해 지난달'더 클래식'을 재결성했다. 2008년 앨범 '라스트 디케이드(Last Decade)'를 낸 이후 뜸했던 음악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말 동부자산운용 투자전략본부장 자리도 그만뒀다. 1989년 장은투자자문에서 시작해 하나경제연구소,삼성증권 리서치센터를 거쳐 동부자산운용으로 이어졌던 20여년의 직장 생활을 접은 것이다.

언뜻 보면 펀드매니저 생활을 그만두고 가수 생활에 몰입하려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헤지펀드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디디기 위해 지인과 함께 투자자문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문사를 설립해 보다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가치주 중심의 운용을 할 계획입니다. 헤지펀드 초기 시장에 진입해 투자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요. "

그가 동부자산운용에서 만들었던 '더클래식진주찾기펀드'(현 동부진주찾기펀드)는 설정 1년 만에 주식형펀드 수익률 상위 1% 이내에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기 위해 그는 서울 서초동에 10평 남짓한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스튜디오 한쪽에는 어쿠스틱 기타가 세워져 있고,다른 한쪽에는 증권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니터 두 대가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스튜디오에서 주식 운용과 작곡을 병행하고 있다"며 "지난 20여년간 매일 오전 7시30분이면 여의도로 출근하다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생활하게 되니 아직 적응이 잘 안 된다"고 웃음 지었다.

가수 겸 작곡가 활동에 무엇보다 큰 의욕을 나타냈다. 방송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마법의 성''편지'가 연이어 재조명되면서 인기를 끌자 1990년대 싱어송라이터의 감성이 아이돌 세대에도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유명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작곡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작업 중"이라고 귀띔했다.

"'더 클래식'의 새 앨범은 내년쯤 예상하고 작곡에 몰입하고 있어요. 비틀스가 남긴 명곡 같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 발라드 가수보단 자기 색깔을 가진 밴드로 팬들에게 다가설 겁니다. "

콘서트를 자주 열어 팬들과 접점을 늘리는 한편 증권맨으로서 투자자 교육에 힘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는 "서민들이 투자로 쉽게 돈을 날리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아 방송과 강연을 통해 투자자 교육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