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의회가 긴축재정안을 승인하면서 증시를 짓눌렀던 변수가 어느 정도 희석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안도랠리'는 없었다. 30일 코스피지수는 0.30%(6.27포인트) 오른 2100.69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장중 현 · 선물시장에서 순매수와 순매도를 오가며 지난 3일(2113.47) 이후 약 한 달 만에 2100선을 회복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재정위기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하면서 2분기 개별 기업의 실적에 따라 주가가 엇갈리는 실적장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을 업종과 종목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좁혀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6일부터 '어닝시즌' 개막

오는 6일 현대상선을 시작으로 삼성전자(7일) 현대차(29일) 등 주요 기업들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지난 3개월간의 '프리어닝시즌'(실적 전망치 조정 기간)에 기업들의 실적 컨센서스는 하향 조정되는 추세를 보여왔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증권사 추정치가 발표된 12월 결산법인 317곳의 2분기 영업이익은 22조7874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달 21일의 추정치 24조5900억원보다 줄어든 것이다. 전년 동기(21조4090억원)에 비해선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6.4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91개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전년 동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3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적장세' 이끌 후보 업종은

18개 업종 89개 종목을 대상으로 한 미래에셋증권의 '실적 프리뷰'에 따르면 2분기엔 업종과 종목 간 실적 차별화가 뚜렷할 것으로 전망됐다. 업종별로 보험업종이 시장 컨센서스보다 9.7% 많은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 및 부품주도 예상보다 8.7% 높은 이익을 올리며 향후 '실적장세'에서 콧노래를 부를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으로 지목된다.

반도체 부문도 예상 밖의 선전이 기대된다.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우려로 실적 기대감이 낮은 상태여서 투자자들이 2분기 실적보다는 3분기 이후 실적에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면 IT 하드웨어 업종에서는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 기업이 수두룩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에너지 제약 · 바이오 상사 등의 업종도 시장 컨센서스에 비해 이익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어닝서프라이즈'로 주가 차별화

GS건설 현대위아 현대차 현대해상 LG유플러스 등이 괄목할 만한 실적으로 '실적장세'를 이끌 기대주로 꼽혔다. GS건설의 2분기 순이익은 1691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1249억원)를 35.4% 웃돌 것으로 추정됐다. 한진중공업도 49억원 정도 적자를 낼 것이란 예상을 깨고 2분기 300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위아를 비롯해 현대종합상사 한라공조 삼성생명 삼성화재 동부화재 네오위즈게임즈 JCE 등도 시장 기대치보다 10~17% 많은 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걷히면 실적이 주가의 상승엔진 역할을 한다"며 "과거에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종목의 주가는 수익률에서 단연 돋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업황 부진 속에서 나홀로 실적 호전을 보이는 종목도 실적장에서 투자자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부터는 조선 유통 반도체가 주도

실적장세에서는 과거(2분기) 성적 못지않게 3분기와 4분기 실적으로 점차 관심이 옮겨간다. 따라서 2분기까지의 실적 부진을 털어내고 3분기를 '터닝 포인트'로 삼을 기업도 투자 유망 종목으로 지목된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기저효과로 3분기 실적 호전이 기대되는 1순위 업종으로 반도체를 꼽았다. 글로벌 경기 회복 및 세트업체의 신제품 출시 등으로 7월부터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조선업종은 고유가에 따른 연비의 중요성과 함께 글로벌 선주들의 한국 선박 선호현상이 강해져 몇 년간 실적 호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고부가가치 LNG선 발주도 세계 시장 1위부터 4위까지 독식한 국내 조선사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가계 실질 구매력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유통주들도 3분기 이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