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은 한달에 1밀리와 1.1밀리 탭(TAP)을 각각 3만개씩 6만개를 사용했습니다. 최근 8만개로 물량을 늘려달라고 아우성이지만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송호근 와이지-원 대표이사(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수출 오더가 8000만 달러가 밀리고 내수는 없어서 못 팔고 있다"며 이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와이지-원은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해내기 위해 24시간 풀가동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와이지-원은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세계 5대 절삭공구 기업으로, 해외 시장에서는 인지도가 상당하다. 절삭공구는 공작기계 등에 부착해 금형, 공작기계부품, 각종 전자기기 부품 등을 정밀 가공하는 공구로 소모성 제품이다.

와이지-원은 절삭공구 가운데 분당 최고 5만번 회전하며 각종 금형이나 자동차, 항공기 동체를 깎는 데 쓰이는 엔드밀(Emd mill)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업체다. 또 금속부품, 배관, 설비, 소비성 기재, 전자제품 등에 나사 선을 내는 공구인 탭은 세계 4위, 공작기계 부품, 자동차 부품 등의 공작물에 구멍을 가공하는 절삭공구인 드릴(Drill)은 세계 6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 세계 5대 절삭공구 업체…주문 급증 '선별수주'

와이지-원은 현재 5~6개월치 주문량을 보유하고 있다. 탭의 경우에는 거의 1년치가 밀렸을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일감이 밀려들면서 수익성이 좋은 제품을 위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적도 K-IFRS 개별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액 1632억원, 영업이익 25억원에서 올해 매출액 2500억원, 영업이익 350억원으로 각각 53.2%와 1300.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선별수주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률도 14.0%로 전년도 1.5% 보다 12.5%포인트나 개선될 전망이다.

이같이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은 높은 품질과 함께 브랜드 정착 덕분이다. 송 대표는 "이익률이 올라가는 것은 와이지 브랜드가 정착화하면서 제 값을 받기 때문"이라며 "바이어에 의존하면 싼 가격에 줄 수 밖에 없지만 브랜드 제품 비중을 늘리면 가격을 좋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장착률 개선과 원가절감으로 수익성을 더욱 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는 "아직도 회사 내부에서 잃어버리는 돈이 많다고 본다"며 "내부 시스템을 잘 갖추면 이익도 많이 내고 점유율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송 대표는 올해 영업이익 350억원 달성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는 3월에만 매출액 197억원에 영업이익 30억원을 기록했고 4월에는 매출액 212억원을 달성했다.

송 대표는 와이지-원의 최대 강점으로 마케팅력을 꼽으며 "전세계 어느 한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와이지-원은 전세계 70여개국에 200여 곳 이상의 장기 고정 바이어를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도 1년에 50여곳의 전시회에 제품을 출품하고 있다.

그는 두번째 강점으로 기술력을 들었다. 송 대표는 "와이지-원은 1981년 설립된 이래 30년간 절삭공구 사업에만 주력해왔다"며 "와이지-원 제품이 세계 최고의 품질을 갈음하고 있다"고 전했다. 와이지-원은 미국 연방 표준 규격보다 엄격한 자체 검사기준에 의한 품질 경쟁력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과 품질로 유명한 독일, 일본에서도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 최고의 품질에다 독일, 일본 경쟁사 대비 20~30% 가격 경쟁력도 지니고 있다. 그는 "대량 생산하고 원자재도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상대적인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중국·인도 집중…2014년 매출 1조

와이지-원은 2014년 본사 매출 6500억원, 계열사 매출 3500억원 등 총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올해는 본사 매출액 2500억원에 해외 계열사 매출 1738억원(내부거래 포함)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해외에 9개의 생산법인과 6개의 판매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생산법인이 높은 성장성을 나타낼 전망이다. 2개의 중국 생산법인은 모두 칭다오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 1공장은 2001년에 설립됐으며 원자재를 임가공해 한국 본사 등에 공급하는 형태로 매출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이익의 대부분은 한국 본사에 귀속돼 마진율이 높지 않다. 하지만 2공장은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법인으로, 높은 성장성이 기대된다.

2006년 진출한 2공장은 2009년 시제품 생산에 이어 2010년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는 매출액이 300억원, 내년에 500억원, 2013년에는 800억원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송 대표는 "내년까지는 중국에 강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자동차 생산이 지난해 1800만대에서 2015년 50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고,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중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올해도 중국 공장 2곳에 300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와이지-원은 중국 공장이 중국 시장내 절삭공구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국시장을 기반으로 한 세계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인도가 결국은 중국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2012년 이후에는 인도에 본격 투자하려고 한다"고 했다. 인도가 지금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향후 더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와이지-원은 의학, 광산, 해저시추용 절삭공구 등 신규 아이템을 개발하는 등 지속적인 고부가가치 신제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해외 동종업체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절삭공구 회사 세계 'No 1'이 되겠다는 게 비전으로, 2020년까지 매출 2조원 달성이 목표지만 5조원, 6조원으로 나가겠다는 생각"이라며 "이런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사회와 더불어 사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절삭공구, 高성장…'투자의 귀재' 워렌버핏도 알아봐

한편 절삭공구 산업의 성장성은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렌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이 인정하고 있을 정도다.

버핏 회장은 이미 IMC(International Metal-working Companies)라는 회사를 통해 국내 대구텍 등 절삭공구 업체들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절삭 공구 산업의 성장성에 대해 높은 신뢰를 나타내고 있다.

절삭공구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으로 IT, 자동차, 항공, 조선, 기계 등 모든 제조업이 전방산업이어서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높은 효율을 위해 고품질의 고가 제품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

같은 공작기계를 사용하더라도 효율이 100% 높은 절삭공구를 사용한다면 공작기계를 한 대 더 사용하는 셈이어서 제조업체들이 고품질, 고가의 절삭공구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미쓰비시, 스미토모, 교세라 등 일본 재벌 기업들이 아직도 절삭공구 사업을 직접 영위하는 것은 이같이 절삭공구 제품의 중요성이 높기 때문이다.

절삭공구는 소모성 제품으로 지속적인 매출이 발생한다. 최근 효율 높은 고부가의 정밀절삭공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경기불황에 강한 측면이 있으며 기계업종 호황시에는 업황이 크게 개선된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