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과 MSCI 선진지수 탈락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틀째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는 22일 0.77%(15.73포인트) 오른 2063.90에 장을 마쳤다. 대외 변수에다 2분기 기업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도 지수는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개인과 함께 외국인이 장 후반 매도세에 동참했지만 투신 등 기관이 3일째 '사자'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이날 기관은 319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유럽과 미국발 대외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증시를 짓누를 잠재 리스크다. 반면 최근 조정으로 외국인 기관 등 큰손이 '실탄(현금)'을 확보,시장의 전반적인 수급 여건은 좋아졌다. 대외 불확실성이 걷히거나 줄어드는 시그널이 나타나면 탄탄한 수급 주체들이 반등을 주도할 것이란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탄(자금)은 충분하다

외국인 기관을 비롯해 올해 증시의 '파워머니'로 부상한 자문형 랩 등이 최근 현금 비중을 높이면서 수급 환경 자체는 좋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수 여력을 감안할 때 투신이 향후 반등장을 이끌 구원투수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2조6000억원가량의 자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투신이 매수 욕구를 '꾹꾹' 눌러 참는 바람에 누적 순매수는 4900억여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신은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대외 변수 때문에 자금 집행을 미뤄왔다"며 "2조원이 넘는 투신의 매수 여력은 향후 지수 상승을 이끄는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5월 말 현재 자문형 랩어카운트 잔액은 이미 8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차(자동차) · 화(화학) · 정(정유) 등 주도주에 압축 투자했던 랩 자금은 이달 들어 현금 비중을 조금씩 높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금 비중을 10~20%만 유지해도 투자자문사의 매수 여력은 1조~2조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급증한 매도차익 프로그램 매매도 경험상 증시의 방향이 바뀌면 현물 매수세로 돌아설 수 있다. 매수차익 잔액에서 매도차익 잔액을 뺀 순차익 잔액은 지난 21일 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최근 조정장에서 종목별 공매도 전략을 유지했던 외국인도 시장흐름이 돌아서면 매수세에 가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큰손들,방아쇠 언제 당길까

수급 여건 개선으로 에너지를 축적한 시장은 모멘텀(계기)을 찾게 마련이다. 투신 등 투자주체들이 적극적인 매수세로 돌아설 시점은 유럽과 미국발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모아질 때란 게 증시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리스 의회가 표결에 부친 내각 신임안이 가결되면서 그리스 재정긴축 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공개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현 경제 상황이 일시적이란 점을 확인시켜주면 글로벌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실적 발표도 주요 투자주체의 관망세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이 나오거나 3분기 장밋빛 실적 전망이 제시될 경우 투자심리 회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증시 전문가들은 분할 매수를 통해 시장의 추세 복귀에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