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8일(현지시간) 경기 둔하 우려에 엿새째 하락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베이지북을 통해 일부 지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하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1.87포인트(0.18%) 내린 1만2048.94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38포인트(0.42%) 내린 1279.56을 기록했으며 나스닥지수는 26.18포인트(0.97%) 떨어진 2675.38을 나타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6거래일 연속, 나스닥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전날 벤 버냉키 FRB 의장이 "미국 경제 회복세가 좌절스러울 정도로 느리다"고 발언한데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자 투자심리가 냉각됐다.

이날 베이지북에서 FRB는 "지난 베이지북 발표 이후 경기는 대체로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일부 지역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고 밝혔다. 베이지북은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경기 진단을 모은 것으로 FRB가 연 8차례 발표한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지역은 뉴욕 시카고 애틀란타 필라델피아 등 4곳이다. 에너지 및 식품 가격 급등과 일본 대지진, 토네이도 발생 등이 경기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지북은 제조업에 대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계속 확장되고 있으나 일부 지역은 그 속도가 느리다"고 판단했고, 소비 지출은 "엇갈린다(mixed)"고 표현했다. 다만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점진적으로 개선됐다"고 밝혀 비교적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세계은행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한 것도 증시에 부담을 줬다. 세계은행은 이날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3.3%에서 3.2%로 낮췄다. 세계은행은 일본 대지진과 중동 및 북아프리카지역의 정정 불안 등을 반영해 햐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경기 둔화 우려에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주요 은행주가 하락했다. 씨티그룹은 2.0%, 골드만삭스는 1.05%, BOA는 1.03%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합의 실패 소식에 상승, 다시 100달러대로 올라섰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7월물은 전날보다 1.65달러(1.6%) 상승한 배럴당 100.7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압두라 엘 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회의를 마치고 "산유량을 현 생산쿼터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일부 회원국이 증산에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