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대외 악재에 강한 '내성(耐性)'을 보여줬다. 2일 코스피지수는 미국 경기지표 악화와 그리스 신용등급 하향의 충격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2100선을 지켜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7.14포인트(1.27%) 내린 2114.20으로 마감했다. 개장 직후에는 2098.37로 42포인트 급락하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낙폭을 줄였다.

개인이 286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351억원과 481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로 2075억원이 쏟아져 나왔지만 비차익거래로 1367억원이 순유입됐다. 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해외 수주 등의 기대감으로 건설주와 조선주가 동반 상승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발 경기 둔화와 양적완화 종료 등 예상된 변수는 시장에 큰 충격을 던지지 못할 것으로 진단한다.

◆알고 있는 것은 '큰 악재'가 아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그리스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여기에 '비상등'이 켜진 미국의 실물경기도 만만찮은 부담 요인이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5월 제조업지수는 53.5로 전월의 60.4에서 크게 낮아졌다. 1년8개월 만의 최저치다. 5월 민간 분야 고용 근로자 수도 시장 예상치 17만명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3만8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전날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는 투매 물량이 쏟아지며 2% 이상 급락했다. 한국 증시도 개장 직후 코스피지수 2100선이 무너지며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개인 매수세 유입 등으로 지지선을 확인하며 낙폭을 줄이는 등 미국 증시와는 차별화를 시도하는 양상이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기지표 악화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며 "양국 경제지표가 연동성이 깨지고 있는 만큼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오랫동안 국내 증시의 발목을 붙잡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연구원은 올해 ISM 제조업지수의 꾸준한 감소에도 불구하고 한국 무역수지가 4월 이후 증가하고 있는 것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보다 중국 변수에 주목해야

변동성이 커진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 경제지표의 반등과 유럽 재정위기 완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예상에 못 미치는 중국 경제지표와 관련해선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재정 효과일 뿐 우려할 수준은 아니란 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주장이다.

유동원 우리투자증권 중국법인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중국의 정책기조는 물가 안정에서 내수 회복으로 바뀌는 중"이라며 "현재 6% 수준인 물가가 하반기 4% 선으로 내려가면 중국의 긴축 및 경기 둔화 우려는 말끔하게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수 2100선은 매수 가이드라인

이날 주가 조정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지수 2100'이 지지선이라는 강한 확신을 심어줬다. 한때 60일 이동평균선(2101.46)이 붕괴된 후 강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는 낙폭을 줄여나가는 모습이었다.

심 팀장은 "지수 바닥에 대한 컨센서스가 강해지고 있다"며 "지수 2100선을 전후로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차(자동차) · 화(화학) · 정(정유) 등 주도주의 비중을 유지하는 한편 다음주 쿼드러플 위칭데이(지수 선물 · 옵션,개별주식 선물 · 옵션 동시만기일)를 대비해 유통 소매 섬유의복의 비중을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SK증권은 향후 박스권 장세에서는 과거 주도주와 주가 상관계수가 높았던 금융 건설업종을 투자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