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1일 닷새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급락하던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고 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오랜만에 증시가 활기를 보였다. 이달 초 반짝 상승했던 원 · 달러 환율도 이틀 연속 내렸다. 올 들어 환율 움직임과 외국인 매매 간 상관관계가 높아지고 있어 원 · 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은 증시 저점을 확인하는 데 긍정적 요인이란 분석이 많다.

◆외국인 복귀 효과 '톡톡'

코스피지수는 이날 27.46포인트(1.28%) 오른 2166.63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동안 관망하던 외국인이 1416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반등폭을 키우는 데 앞장섰다. 주식형펀드 자금 유입으로 숨통이 트인 자산운용사(투신)도 2000억원가량 순매수해 힘을 보탰다.

미국 증시가 사흘 연속 오르고,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1083원까지 올랐던 원 · 달러 환율이 다시 1070원대로 내려오면서 외국인이 매수 규모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7.50원 내린 1,074.90원으로 마감했다.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외국인은 올해 원 · 달러 환율이 1000원 선 근처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단기 상승했던 환율이 다시 하락세로 방향을 틀면서 주식의 매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올 들어 외국인은 원화 강세(원 · 달러 환율 하락) 국면에서 주식을 사고,약세 국면에선 파는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말 0.15까지 낮아졌던 원화 강세와 외국인 순매수 간 상관계수는 이달 들어 0.21로 높아졌다. 원 · 달러 환율이 하락할 때 외국인이 매수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올 들어 환율이 하락한 50거래일 중 외국인이 매수 우위를 보인 날은 36일에 달한다.

◆"원 · 달러 1050원 선까지는 추가 매수"

2001년 이후 외국인은 원 · 달러 환율 1100원 아래에선 매수세를 접고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지난달 1100원 선이 깨진 이후에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따른 달러 약세로 원화의 추가 강세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기 회복세가 선진국을 앞서고 있다는 점도 추가적인 통화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오 팀장은 "원 · 달러 환율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1050원 선까지 낮아진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는 1050원 전후까지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외국인 매도가 본격화되는 임계치는 원 · 달러 환율 1050원 이하"라고 말했다.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내려가며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를 불러온 2005~2007년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싼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환차익보다는 경기"

원화 강세가 외국인 매수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무는 "환율이 1000원 선까지 떨어져도 기대 수익률은 10% 미만으로 과거보다 낮다"며 "5월 한 달은 3~4월 상승에 따른 숨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2분기 실적이 나오는 6월 이후에나 외국인 매수가 본격 재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