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들의 주주총회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실적이 좋은 기업들에 주총은 축제의 한마당이다. 반면 투자를 잘못했거나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기업에는 가슴졸이는 장이다. 29일 열린 코라오홀딩스와 에이치앤티 주총이 그랬다.

29일 충북 청주시 송정동의 에이치앤티 본사 앞에는 오전부터 건장한 체구의 청년들이 도열했다. 이들을 사이에 두고 에이치앤티 직원과 투웨이 관계자들이 실랑이를 벌였다. 회사의 전 대표인 정국교 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회사 지분 37.04%를 인수한 만큼 최대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투웨이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에이치앤티 간의 싸움이었다.

담당 변호사를 대동하고 주주총회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문까지 들고온 투웨이 측이 우세해 보였지만 상황은 쉽지 않았다. 인천,대구 등지에서 회사 측이 데려온 용역 직원 50여명에 가로막혀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된 주총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투웨이 관계자들은 법원 집행인 및 경찰의 도움을 받아 오전 9시40분께 주총장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미 주총은 끝난 뒤였다. 회사 측은 자신들에 우호적인 주주와 일부 소액주주들을 모아놓고 현 경영진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라오스 교포기업인 코라오홀딩스는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주총회와 함께 '코라오 데이'행사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 처음 열린 주총은 실적이 좋은 덕분에 시종 화기애애했다. 오세영 회장은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39.9%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차등배당(대주주 80.57원,소액주주 128.75원)을 발표해 주주들의 박수를 받았다.

코라오홀딩스는 라오스 풍경과 문화를 주제로 한 사진전과 전통음악 감상회를 열고,라오스 커피와 허브를 경험하는 '오감체험-라오스' 이벤트도 마련했다. 주총이 끝난 뒤에는 선물(라오스산 커피)도 나눠줬다.

한편 정 전 에이치앤티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에이치앤티 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사퇴서를 이미 지난달에 투웨이 측에 전달해 놨던 상황"이라며 "투웨이 측에서 '일단 후보직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해 안건에 올렸을 뿐이기 때문에 내가 경영권 분쟁의 주요 관련자로 언급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노경목/안상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