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뒷북 조정'이 잇따르면서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는 자체 리스크 평가시스템을 공개해 신뢰도가 떨어지는 신용등급의 대안으로 제시해 눈길을 끈다.

◆신용등급 뒷북 조정 여전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79,000 +0.51%)는 지난달 21일 부산2저축은행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한 단계 내렸다. 19일 부산2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지 이틀 만이다. 이에 앞서 17일에는 한신평과 한기평이 이미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BB-'에서 'CCC'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초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진흥기업(2,230 +1.13%)도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인 'BBB'로 유지되다 워크아웃 신청 나흘 뒤에야 투기등급인 'CCC'로 강등됐다. 1월에는 한신평과 한신정평가가 대한해운(2,965 -2.63%)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각각 'BBB+'와 'A3+'에서 'D'로 서둘러 낮췄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해운이나 저축은행은 신용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신용등급에는 이 같은 우려가 제때 반영되지 못해 투자자들의 피해만 키웠다"고 말했다. 특히 잇따른 비판에도 이 같은 뒷북 조정이 되풀이되는 것은 신평사들이 갖는 한계 때문이란 지적이다. 신 연구원은 "신평사들이 평가의 주도권을 발행기업에 빼앗겨 감시는커녕 기업 대변인으로 전락해 역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자체 평가시스템 구축

신평사들의 신뢰도에 금이 가면서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증권사도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최근 발간한 '채권백서'에서 내부적으로 구축한 신용평가 체계를 공개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증권업계에서 'BBB' 등급 이하 비우량채권 발행을 가장 많이 주관해 기업 리스크 평가에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수봉 동양종금증권 크레디트애널리스트는 "발행을 주관한 회사채 잔액이 13조원에 달해 만기 도래에 따른 리스크 평가를 자주 하는 편"이라며 "그때그때 평가된 내용을 토대로 해당 신용등급 내에서 등급 조정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5단계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의 유동성 현황을 계량화하는 한편 업종 내 상대적 위치와 주가 흐름까지 감안해 위험요인을 입체적으로 점검하다 보면 등급이 떨어질 만한 기업들을 분류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평가 대상기업의 수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신평사의 수익구조 등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강성부 동양종금증권 채권팀장은 "신평사의 수익구조가 발행기업으로부터 받는 등급평가 수수료가 기반이어서 투자자보다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수수료 구조를 바꾸거나 3년 이상 동일한 평가사에서 평가를 받지 못하게 하는 순환평가제 도입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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