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의 비상장사 합병이 어려워지면서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주가 약세 속에 공모주 청약으로 받은 스팩을 손절매하는 운용사까지 등장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체 22개 스팩 중 에스비아이앤솔로몬드림을 포함한 14개(63.63%) 스팩이 이날 기준 공모가를 하회했다. 나머지도 6개(27.27%)만 공모가를 웃돌았을 뿐 2개 스팩은 간신히 공모가를 지켰다.

에스비아이앤솔로몬드림은 지난해 10월28일 공모가보다 10.40% 높은 138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어 1185원까지 빠졌다. 공모가에 비해 5.20% 낮은 상태다. 케이비글로벌스타도 공모가 대비 4.00% 하락했고 IBKS스마트SME(-3.50%) 하이제1호(-2.50%) 동부티에스블랙펄(-2.25%) 한화에스브이명장제1호(-2.20%) 등도 낙폭이 크다.

구상무 현대증권 스팩팀장은 "오는 3월이면 대우 미래에셋 현대 동양밸류 등 4개 스팩이 상장 1년을 맞지만 인수 · 합병(M&A)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데 따른 실망매물이 출회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운용사도 손실을 무릅쓰고 일부 보유물량을 정리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지난달 6일부터 24일까지 12일에 걸쳐 한화에스브이명장제1호 4만2292주(1.01%)를 처분했다.

하나UBS운용은 여전히 이 스팩의 지분 9.48%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에 판 물량 중 절반이 넘는 2만3466주를 공모가(5000원) 아래에서 정리했다. 운용사가 공모가 아래에서 판 사례는 처음이다.

스팩 주가의 발목을 잡은 것은 지난해 11월 말 금융감독원이 스팩의 M&A 대상인 비상장사의 가치산정을 이전보다 낮게 하도록 규정을 바꾸면서 M&A가 어려워진 때문이다. 금감원은 비상장기업의 수익가치를 산정할 때 적용되던 자본환원율을 '차입금 가중평균 이자율의 1.5배'나 '상속증여세법상 할인율(10%)' 중 높은 것으로 적용하도록 시행세칙을 변경했다.

종전까지 자본환원율은 은행에서 고시하는 정기예금 이자율의 1.5배인 5% 정도였다. 할인율이 높아진 만큼 기업의 현재가치는 낮아져 합병비율 산정시 불리하게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사 입장에서 스팩과의 합병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며 "스팩이 자본시장에 정착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