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홍콩 파생상품 '3국3색' 흥행몰이
한국의 코스피200지수 옵션,일본의 FX(외환)마진거래,홍콩의 주식워런트증권(ELW).

동아시아에서 거래량이나 거래대금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파생상품시장이다. 모두 높은 레버리지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 투자위험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최고 파생상품은 국가별로 다르다. 일본은 FX마진거래가 발달했지만 선물 · 옵션 시장이 뒤처져있다. 홍콩은 주가지수부터 금,석유 등 상품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W 거래가 활발하지만 FX마진거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에서는 지수옵션 거래량이 최고이지만 2005년에 들어서야 ELW와 FX마진거래가 도입됐다. 이 같은 차이는 왜 나타날까. 전문가들은 각 시장의 금융투자 환경과 투자자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도입시기가 관건

한국의 코스피200지수 옵션이 세계 최고의 거래량을 기록하게 된 것은 도입시기(1997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류승규 한국거래소 주식상품제도팀장은 "1997년 외환위기로 주가가 폭락하는 가운데 투자비가 덜 들면서 변동성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수옵션이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게 됐다"며 "당시 외화와 채권 등은 체계화되지 않아 다른 종류의 파생상품이 나오기 힘들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지수옵션시장에 몰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앞선 금융 인프라를 갖고 있다는 점이 1998년 FX마진거래 도입의 기틀이 됐다.

류인욱 거래소 상품개발1팀장은 "FX거래가 이뤄지려면 발달된 외환시장과 각각의 통화에 호가를 제시해 줄 수 있는 대형 금융사가 필요하다"며 "2005년까지 일본 정부가 이렇다할 금융이나 외환 규제를 하지 않은 것도 시장이 크게 성장한 이유"라고 말했다. 류 팀장은 "반면 일본 증시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어 선물과 옵션 등은 인기를 못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은 1989년 ELW를 도입했다. 2000년대 들어 중국 증시가 상승하면서 ELW시장이 본격 성장했다. 윤혜경 도이치증권 한국지점 이사는 "2001년 말 유동성공급자(LP) 제도가 도입되면서 ELW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는데 마침 기초자산이 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올라 이익을 낸 투자자들의 입소문이 나면서 투자가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주부와 노인 등 투자자 구성도 달라

투자자들의 구성과 성향 차이도 이유로 지적됐다. 일본에서 FX마진거래를 최초로 도입한 히마와리증권의 김순구 과장은 "FX마진거래는 주부들이 30만~40만원의 소액을 갖고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다"며 "일본인들은 개인주의가 강하다 보니 투자자 간의 정보 공유가 필요한 주식 파생상품 투자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이유"라고 분석했다.

박철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파생상품인 키코(KIKO)로 몸살을 앓던 금융위기 당시 홍콩에서는 키코와 비슷한 구조를 갖춘 주식파생상품이 사회적 이슈가 됐을 정도로 홍콩 사람들은 투기성향이 강하다"며 "홍콩의 ELW는 은퇴한 노인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많은데 선물옵션과 달리 증거금 없이 소액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 성장의 동력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선물 · 옵션 시장에는 일본이나 홍콩에 비해 전업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 증권사 옵션트레이더는 "선물거래는 최소 1700만원의 증거금을 내야 하는 등 ELW나 FX마진거래에 비해 거래 및 투자비용이 크다"며 "한국은 다른 두 나라보다 널리 보급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하루에도 수십차례 거래하는 전업투자자들 비중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