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산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숨은 가치주 찾기가 한창이다. 보유 토지나 증권의 가치를 감안해 볼 때 KCC 녹십자홀딩스 파라다이스 등이 자산주로 각광받을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종합 건축자재업체 KCC는 대표적인 저평가 가치주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문가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현대중공업 현대차 만도 현대상선 등 보유 중인 유가증권의 주가가 최근 꾸준히 올라 총 4조원을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이는 KCC의 시가총액 3조9240억원을 웃도는 것이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과 주식시장 호조로 현대차 등 보유 중인 투자 유가증권의 가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 올해는 이익이 본격적으로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녹십자홀딩스도 자산 가치에 비해 뚜렷히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준덕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 유가증권 8006억원,브랜드 로열티 960억원,부동산 640억원,자사주 626억원 등에서 순차입금 1020억원을 빼도 순자산가치(NAV)가 9200억원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순자산가치는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으로,기업이 청산될 때 주주들의 몫으로 남을 수 있는 재산을 의미한다.

파라다이스 역시 자산 가치가 시가총액을 웃돈다는 평가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금 투자자산 등의 자산 가치 총액이 4800억원에 달해 시가총액 3951억원보다 많다"고 진단했다.

세방도 높은 자산가치가 부각되면서 지난 14일까지 주가가 나흘 연속 오름세다. 김지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유 현금,자회사 세방전지의 지분 가치,재고자산으로 잡힌 서울 목동 땅과 본사 건물 시가 등을 합치면 현재 시가총액 2839억원의 두 배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점도 가치주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국제 원자재값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높아질 것"이라며 "보통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구간에서 자산 가치가 높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이 주목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일시멘트 한국전력 삼천리 두산건설 등도 PBR이 낮은 대표적인 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