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새해 들어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코스닥지수는 0.59%(3.14포인트) 오른 533.98로 마감,올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엿새째 상승했다. 작년 말에 비해선 4.56%(23.29포인트) 뛴 것이다.
코스닥 강세는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속속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투자가 코스닥 중소기업들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트리클다운 효과'가 기대돼 외국인도 5개월째 순매수를 이어가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모습이다.

◆IT장비주 수혜 가장 클 것

삼성(43조원) LG(21조원) 현대 · 기아차(12조원) 등 주요 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해 관련 중소형주의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존 산업은 물론 태양광 스마트TV 등 신사업 투자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더 큰 트리클다운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및 LCD(액정표시장치) 장비업체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김항기 동부증권 스몰캡팀장은 "IT장비 관련 공정이 태양광 모듈,폴리실리콘 박막 생산과정과 비슷해 IT장비 기업들이 태양광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대기업들의 신수종사업이 태양광에 집중되는 만큼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 부품주도 현대 · 기아차는 물론 해외 자동차 메이커에 대한 납품이 늘고 있어 유망주로 꼽힌다. 이현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 · 기아차의 투자 확대는 부품산업의 본격 확장국면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가장 뜨거운 호황기가 자동차 부품산업에 예고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기업 투자 확대가 업종에 따라선 효과가 반감될 수 있어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별로 가장 큰 폭(10.3%)의 설비투자 증가가 예상되는 조선업종이 단적인 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 부품업체들은 2007~2008년 호황기에 대대적인 설비 증설을 끝내 지금도 가동률이 60%에 못 미친다"며 "현대중공업 등의 투자가 늘어나도 수혜를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도 트리클다운에 주목

5개월째 코스닥에서 강한 매수세를 보여온 외국인도 트리클다운 효과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작년 9월부터 이달 7일까지 외국인의 코스닥 순매수 규모는 1조183억원에 달했다. 이 중 셀트리온이 3569억원으로 전체 순매수액의 35.0%를 차지했다. 대기업 투자 확대와 무관한 태광 CJ오쇼핑 네오위즈게임즈 등이 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 들어선 외국인 순매수 1위가 LCD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424억원)로 바뀌었다. 또 전체 순매수액 중 덕산하이메탈 서울반도체 멜파스 파트론 등 IT장비 · 부품업체 비중이 76.9%에 달했다. 봉원길 대신증권 스몰캡팀장은 "외국인이 실적 개선과 성장성이 기대되는 종목 위주로 매수를 확대하고 있다"며 "트리클다운 효과도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 트리클다운

trickle down.'넘쳐 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는 뜻의 경제용어.대기업이 창출한 수익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이전되는 현상을 말한다. '적하(滴下)효과'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