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반추 동물인 소는 여물을 네 개의 위 가운데 두번째인 벌집위에서 다시 씹어 세번째 위로 넘긴다.사람의 장벽이 흡수할 수 있는 음식물 크기는 1000분의 15mm(15미크론) 이내다.이것보다 큰 덩어리는 흡수되지 않고 배설된다.이러한 크기로 만들려면 소화가 잘되는 음식은 35~40회 이상,딱딱하거나 소화가 안되는 음식은 70~75회 정도 씹는 것이 좋다.그러나 바쁘게 사는 현대인 가운데 제대로 씹어서 넘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적게 씹어 흡수되지 않으면 다이어트에 좋겠네’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지 모르나 소화 흡수되지 못한 음식은 부패해 독성을 내뿜는다.각종 염증과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정보도 마찬가지이다.쏟아지는 정보 홍수 속에서 현대인에게 과거를 반추해 볼 시간이 얼마나 있으랴.몇 년은 고사하고 1년 전만 해도 ‘맞아,그런 일이 있었지’하며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올해 채권시장은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로 시작해 양적완화(QE2)에 대한 재확인으로 끝나가고 있다.10대 뉴스를 뽑아봤다.
△1월은 금호 위기와 두바이월드와 같은 국내외 크레딧 이벤트가 있었다.대우조선,하이닉스 인수 포기 이후 금호 위기는 국내 M&A 시장의 장기 침체를 예고했다.
△1월에는 기획재정부 금통위 열석발언권(列席發言權) 행사로,4월에는 김중수 한은 총재 취임으로 금통위 독립성 훼손 논의가 뜨거웠다.
△2분기 이후 핫 이슈는 은행감독 규정상 예대율을 2013년까지 100% 이내로 낮춰야 한다는 경영지도 비율 개정 예고였다.은행채 발행이 감소했고,대출보다 공사채 중심의 채권 투자가 늘었다.
△4월 PIIGS 국가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소버린 본드(sovereign bond)’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좋은 국내 공사채도 2분기 내내 폄하가 있었다.
△6월에는 대우차판매(C),성우종합건설(C),벽산건설(C),신동아건설(C),남광토건(C),중앙건설(C),한일건설(C),금광기업(D) 등 증권사 리테일 채권과 은행권 PF대출에서 나름 의미 있는 건설사들의 구조 조정이 있었다.KB,우리은행의 분기 적자 전환이라는 상처를 안겼다.미착공 현장 등 문제 사업장의 PF 절대 규모를 줄이지 못한 이상 내년에도 건설업의 구조 조정이 지속되겠지만 이제 그 끝이 보이는 듯 하다.
△7월에는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이 있었다.사실상 지방채도 없고,파산법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모라토리엄 선언은 엉뚱한 면이 있다.하지만 유럽 재정위기,GDP 대비 과도한 주요 선진국의 국가부채에 놀란 채권시장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11월에는 G20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개최됐다.환율전쟁과 양적완화에 대한 우려는 종이 호랑이로 끝났다는 판단이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우선협상자 선정 및 MOU 체결로 그 성공 여부에 대한 시장 우려가 증폭됐다.10월 22일 발행된 4500억원 규모의 현대상선 채권을 샀던 투자자들에게는 금호사태에 대한 데자뷰 현상이 나타났다.
△외국인은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이은 한반도 긴장 고조를 더 이상 리스크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우리 금융시장이 강해진 것인지,아니면 과열된 것인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12월에는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부활이 예정돼 있다.이러한 규제는 외국인의 투자 유인을 어느 정도 감소시키겠지만 FX 가격 등에 전가돼 실질적인 자금 흐름을 제약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수출업체의 환헤지와 같은 역외 자금 수요가 더 중요한 요소이다.

돌이켜 보면 많은 사건과 우려가 공존했다.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인지상정이다.그러나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경험이 축적된 우리 기업들과 시장은 예상보다 강한 내성을 보여줬다.과거에 대한 성찰은 우리를 한층 성장시킨다.

강성부 < 동양종금증권 금융시장 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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