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양적완화 규모 결정 및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환율전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일본 엔화 환율이 하루 동안 달러 대비 1엔 이상 급등락하고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주요 기구들이 환율전쟁에 대한 경고 수위를 일제히 높이고 있다.

일본 엔화는 1일 뉴질랜드 웰링턴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80.21엔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 시장에서 기록한 80.37엔을 뛰어넘는 초강세였다.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이 추세라면 엔화 가치가 사상 최고치였던 1995년의 79.75엔을 경신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퍼져 나갔다. 일각에선 FRB가 3일 양적완화 규모를 확정하고 나면 4일 도쿄 시장에서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도쿄 시장이 오전 9시 개장하자마자 엔화 가치는 폭락세(엔화 환율은 폭등세)로 돌아섰다. '엔화 매도,달러 매입' 주문이 쏟아지면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81.60엔까지 떨어졌다. "일본 정부가 시장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빠른 속도로 퍼졌다. 그러나 일본 재무성은 '노 코멘트'로 대응했다.

미즈호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 급등을 마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배경"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FRB가 양적완화를 단행해 엔고(高)를 부채질할 경우 4~5일 임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추가 양적완화 등 맞불작전을 펴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해 "외환시장에 대한 각국의 조율되지 않은 개입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의장도 지난달 29일 브뤼셀에서 "경쟁적 통화가치 절하와 글로벌 불균형이 세계 경제 회복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불균형과 환율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IMF는 경주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제출한 '세계 경제의 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일본을 겨냥,"어느 선진국이 행한 외환시장 개입은 G20의 긴장을 높였다"고 비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박준동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