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확대로 대형 유통업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음식료업체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마케팅 비용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격협상력마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곡물가 상승과 정부의 물가 통제 등으로 악재가 산적한 음식료업체의 한숨이 더 늘어나는 이유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음식료업체들의 3분기 실적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원재료 가격 상승과 경쟁심화에 따른 내수 시장 부진 등으로 시원찮은 성적표를 내 놓고 있다.

업종 대장주인 CJ제일제당은 28일 3분기 영업이익이 81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0.7%감소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829억원으로 전년대비 2.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망치보다 부진한 실적은 해외 바이오 사업 부문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경쟁 심화로 판관비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3분기 유지와 가공식품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마케팅비용을 과다 집행한 결과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

빙그레 역시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영업이익 전망치가 기존보다 하향 조정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빙그레의 3분기 매출이 2228억원으로 두자리 증가가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매출 증가에 못 미치는 전년대비 5.9% 늘어난 354억원으로 추정했다.

또 일부 원가와 마케팅 비용의 상승으로 올해 영업이익은 기존 전망치 대비 3.1% 하향한 643억원으로 전망했다.

오뚜기는 경쟁 심화와 가격 인하 등으로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업종내 경쟁 심화로 매출할인과 지급수수료 등 매출에서 직접 차감되는 비용 집행이 늘면서 단기간 내 오뚜기의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백운목 대우증권 연구원은 "곡물가격 상승 등과 함께 할인점의 영향력 강화와 같은 외부 변수 급변으로 대부분의 음식료 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음식료주들이 원가부담에다 인건비와 광고선전비 등이 증가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내놓고 있는 데 비해 대형 유통주는 '깜짝실적'을 발표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의 3분기 영업이익은 241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4.7%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특히 대형마트는 총매출액이 전년대비 35.2%, 영업이익은 133.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은 전년동기 대비 총매출액 13%, 영업이익은 11.9% 늘어났다.

롯데쇼핑측은 대형마트의 경우 구GS 마트 14개점 인수와 추석명절 실적호조, 차별화된 가치혁신 상품 인기 등으로 전체 매출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또 PB상품 확대와 내부혁신 활동을 통한 비용 절감 성과로 영업이익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2.3% 늘어난 2568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대형할인점이 이마트의 경우 기존점을 기준으로 10%대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다.

정규봉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마트, 롯데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국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대형 유통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할수록 대형 유통업체의 교섭력이 증가하고 가격결정권이 대형 유통업체로 강화되면서 업계 전반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