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어닝시즌의 기업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음에도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 주목된다. 삼성엔지니어링 LG디스플레이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은 3분기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적었지만 주가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4분기나 내년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기업 절반 이상이 기대 못 미쳐

지난 주말(22일)까지 포스코 SK에너지 등 78개 상장사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어닝시즌 전반부 성적표는 나쁜 편이다. 2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컨센서스(전망치 평균)가 있는 38개사 중 절반이 넘는 20개사의 실적이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특히 13개사는 실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보다 10% 이상 적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분기 어닝시즌 때는 10개사 중 6개사 꼴로 전망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내놨지만 3분기는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9일 1850선까지 밀리긴 했지만 외국인 순매수 덕에 22일 1900선에 다시 바짝 다가섰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분기 기업실적 부진을 해외 경기 악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3분기 이익 전망은 하향 조정되고 있으나 4분기나 내년 전망치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년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9월 말 6%였지만 지난 주말엔 13%로 높아졌다. 3분기보다 4분기나 내년 실적을 더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세중 팀장은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유동성 장세를 이끌고 있는 점도 시장 흐름이 좋은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3분기 실적이 다소 나빠도 시장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아 큰 부담이 없는 상태기 때문이다. 즉 수급이 실적에 우선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이익 증가율 자체는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 규모 자체가 높아진 데 따른 긍정적 평가라는 분석도 있다. 김학균 팀장은 "2004년 한국 상장사 이익이 한 단계 올라가면서 2005년 이익이 정체된 상태에서 주가가 급등한 적이 있었다"며 "내년 이익이 크게 늘지 않더라도 증시가 상승하는 '주가 재평가'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어닝쇼크에도 꿋꿋한 종목은

삼성엔지니어링 SK에너지 LG디스플레이 코오롱인더스트리 메가스터디 등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망치보다 10% 이상 낮았지만 주가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3분기 영업이익은 876억원으로 컨센서스보다 12.58% 적었지만 실적 발표일인 20일 보합에 이어 이틀 연속 올라 실적 발표 전보다 10.41% 뛰었다. 정상엽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 관계사 공사의 이익률 하락으로 3분기 실적은 다소 부진했지만 3분기 실적보다는 연말 수주와 내년 높은 매출 증가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에너지도 실적을 공개한 21일 1.99% 상승한 데 이어 22일에도 4.76% 급등,실적 발표 전날보다 5.47% 올랐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난방유 수요 증가로 인해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이라며 오히려 실적 발표 후 목표주가를 17만2000원(기존 16만6000원)으로 올렸다.

이 밖에 22일 나란히 실적을 공개한 코오롱인더스트리와 글로비스도 각각 4.16%,0.62% 올라 실적 부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반면 GS건설 대림산업 등 건설주들은 3분기 실적 부진이 드러난 후 주가가 뒷걸음질쳐 대조를 이뤘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