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는 요즘 그야말로 '주식 권하는 사회'다.

연일 치솟는 물가와 낮아지는 예금금리로 인해 저축하면 '마이너스' 수익이 나고, 부동산 시장에 돈을 넣기에는 불안하기만 하다. 자금 유동성이 사정없이 밀어올린 채권값(채권금리 하락)을 두고도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리기 일쑤다. 뭉칫돈이냐 쌈짓돈이냐 가릴 것 없이 증시에 돈이 몰릴 만도 하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라 증시에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달러 인덱스의 반등시도, 원화강세의 부작용, 단기 성향의 외국인 실체, 3Q 국내 기업실적의 고점 논란 등이 그것이다.

◆쏟아지는 장밋빛 '투자전략'…뭘 사도 좋다는 건지 헷갈리네

올 여름에만 해도 주식시장의 향후 전망은 어두웠다.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시장의 우려가 오히려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정책에 거는 기대를 높였고, 이 시기에 G2(미국, 중국)가 '환율전쟁'을 벌이며 '유동성 랠리'가 현실화됐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중순 이후 환차익 등을 겨냥한 외국계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한국증시에 밀려들었고, 지수는 약 보름 만에 100포인트 가까이 급등해 34개월 만에 1900 고지를 탈환(10월6일)했다. 이 기간 동안 자동차 화학 기계 조선·해운 금융(증권 은행) 에너지 레저(항공 여행 호텔) 건설 철강·금속에 이르기까지 빠른 속도로 업종별 순환매가 진행돼 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증권업계는 너도나도 시장전망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 시장전문가들은 연내 또는 늦어도 내년 1분기 중 지수 2000시대를 다시 한번 구경할 수 있을 것으로 봤고,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보다 빠른 10월 중 2000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IT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이번 랠리의 수혜를 봤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현재까지 업종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다시 쓴 업종은 '수요 논란'으로 인해 오르지 못한 대형 IT, 전기가스, 유통, 의료정밀 등을 제외한 전부다.

증시전문가들의 투자전략도 쏟아져 나왔다. 금속 가격상승을 노린 '메탈 플레이(Metal play)', 유가상승을 겨냥한 '오일 플레이(Oil play)', 거래량 급증을 이용한 '볼륨 플레이(Volume play)' 등에 이어 최근엔 G2의 정책을 기다리는 '정책 플레이', 환율급락을 전제한 '환율 플레이',3분기 최대 분기실적을 대비한 '밸류에이션 플레이'까지 다양하다. 무엇을 따라해야 할 지 헷갈릴 정도다. 여기에 그간 코스피 그늘에 가려져 오르지 못한 코스닥 성장주까지 선점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시장에너지 약해 변동성 커질 수 있다' '원화강세 부작용도 염두해야' 등등 지적 잇따라

분명 시장에는 낙관론자만 있는 게 아니다. 신중론자들도 많다. 이들은 최근 단기급등한 지수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점차 높이고 있는 중이다. 특히 외국인이 밀어올린 지수이다 보니 달러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주말 계속 하락해오던 달러화의 가치가 반등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평균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가 지난 15일 반등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2차 양적완화에 대한 의사를 내비쳤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또 다시 연저점을 갈아치운 달러인덱스가 기술적 저항에 부딪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달러화는 최근 몇 차례에 걸쳐 유로화와 엔화에 대해 각각 반등을 반복하며 나와서는 안될(?) 반등 신호를 보이고 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달러인덱스가 추세적으로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글로벌 유동성 랠리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만약 달러인덱스가 반등세로 돌아섰다는 인식이 번지면 주식비중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단기간에 1900선을 뛰어넘은 시장의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이날 분석보고서를 통해 "지수가 다시 1900선을 넘었지만 예전보다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를 긍정적인 눈으로 보면 대기매물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상황이 간단치 않다"고 진단했다.

민 연구원은 "전체 거래대금 중 코스닥 비중이 20%를 넘었는데 이는 코스피의 가격이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됐기 때문"이라며 "'매기'가 분산되고 있다는 것에 신중해질 필요가 있으며, 지난 주말 시가총액 상위 5개 중 삼성전자만 상승하고 모두 내렸던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주도주가 강하게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선순환을 이끌 후속주자도 부각되지 못하고 있어 시장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에 대해 대비해야 할 때라고 민 연구원은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을 두고 부정적인 목소리도 제법 커지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환율이 1100원선에 근접하면서부터 환관련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환차익보다 수출주의 이익훼손 우려가 부각될 수 있어서다.

이보다 앞서 '바이 코리아'를 외치는 외국인들의 매매성향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주식을 산 외국인들의 국적이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케이만아일랜드 등이란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들 지역은 모두 조세회피지역으로 분류되고 있고, 이 지역의 투자자들은 과거 순매수 성향을 볼 때 연속 순매수 기간이 통상 1개월에서 2~3개월로 연속성이 크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투자시 단기성향이 매우 강하다는 얘기다.

이밖에 국내 500대 대표기업들의 영업실적이 3분기에 정점일 수 있다는 논란까지 나왔다. NH투자증권은 "2010년 3분기 기업이익이 역대 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익 정점 논란이 시장에 제기되면서 모멘텀(상승동력) 약화에 따른 주식시장의 조정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뢰가 높지 않은 4분기 기업이익의 하향 조정 가능성도 높은데다 내년 1분기 예상이익도 하향 조정되고 있어 이익모멘텀의 둔화 정도와 기간은 예상보다 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장이 외국인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만큼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이 증권사는 판단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