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증권사 기업금융팀 담당자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기술력이 좋고 덜 알려진 중견 태양광업체가 있으면 좀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태양광 산업이 유망하다는 보도는 많이 접했지만 정작 업체를 찾아내기는 힘들다"는 하소연도 뒤따랐다. 이 증권사는 최근 정책금융공사로부터 자금을 받아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었다. 신재생에너지와 탄소저감에너지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투자대상 업체를 물색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비단 이 증권사뿐만이 아니다. 벤처캐피털과 신기술금융 등 많은 투자회사들이 풍부한 현금을 챙겨들고 매물을 찾고 있다. 이른바 신성장 동력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올 들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연기금 자금이 투자회사의 곳간을 채워준 결과다. 이러다보니 투자시장에서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고압적인 자세로 투자대상 기업을 고르던 투자회사의 심사역들이 이젠 영업전선에서 뛰고 있다.

반대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기업들은 한층 콧대가 높아졌다. 한 LED부품업체 대표는 "투자하겠다고 돈을 들고 오는 곳이 줄을 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가치도 고평가되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우리는 A업체를 100억원 정도로 평가했는데,그 회사 경영진은 미래가치를 합하면 150억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우겨 결국 130억원 선에서 신주가격을 정했다"고 말했다.

투자회사들은 창업기업엔 눈길을 주지 않고 검증된 우량업체에만 러브콜을 하고 있다. 투자대상업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들어 설립된 각종 펀드들은 연말부터는 투자를 개시해야 한다. 문제는 4~5년 뒤부터다. 돈을 댄 기관들에 10~20% 안팎의 수익률을 약속했지만 펀드 해산 시점에 그만한 수익률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나마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어 있어 투자금 회수도 쉽지 않다. 벤처캐피털 일각에선 벌써부터 "과거 '닷컴'에 뭉칫돈이 몰렸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시장이 얼어붙었던 악몽이 신성장동력 분야에서도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솔솔 나오고 있다.

고경봉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