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위아 두산엔진 등 장외시장 '대어(大魚)'들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가시화되면서 장외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상장한 현대홈쇼핑 휠라코리아가 초강세를 보임에 따라 상장을 앞둔 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장외 매매가가 급등세다. 또 공모일정이 임박한 일부 예비 새내기주는 장외가격에 프리미엄이 붙어 공모가를 웃돈다. 전문가들은 장외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만큼 충분히 조사한 뒤 투자를 결정할 것을 권했다.

◆상장 앞둔 그룹주 동반 급등세

현대위아는 내년 3월 상장 계획을 밝히면서 최근 주가가 40% 이상 뛰었다. 1일 장외주식 거래업체 피스탁에 따르면 현대위아의 장외 기준가격(매수 · 매도 호가의 중간값)은 지난 8월 말 5만5250원에서 지난달 말 7만8500원으로 한 달간 42.08%(2만3250원) 급등했다. 피스탁에 들어온 현대위아 매수 희망 건수는 이날 157건에 달했고 호가가 최고 8만2500원까지 형성됐다. 피스탁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서 현대모비스 다음으로 큰 부품사인 데다 본격적인 공모 일정에 들어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위아 상장 기대로 상장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현대중공업 계열 현대삼호중공업,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 등까지 덩달아 상승세다. 최근 현대건설 매각 이슈도 범현대가 비상장 기업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LG 두산 등의 계열사들이 장외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계열 정보기술(IT) 업체인 LG CNS가 지난달 3만원대를 돌파했고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두산엔진은 지난달 30일 1만675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선 최근 감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서비스가 지난달 60% 이상 오른 것을 제외하면 잠잠한 편이다. '포스트 삼성생명'으로 주목받았던 삼성SDS는 삼성생명 상장 이후 지난 7월 13만9000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12만원대로 빠졌다.

◆충분한 정보 확보한 뒤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대기업 계열사들의 IPO가 본격화하면서 장외 종목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알짜배기 기업들의 IPO 일정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LS전선 하이마트 HCN 등도 장외시장의 기대 종목으로 꼽힌다.

공모를 앞둔 아나패스 삼본정밀전자 아이텍반도체 등은 장외 기준가격이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이는 상장 후 주가 강세를 예상해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피스탁 관계자는 "공모가 3만5000원인 휠라코리아는 장외에서 5만원대에 거래됐고 상장 후 주가 흐름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장외시장은 주로 '큰손'들이 거래한다. 매수 · 매도자 간 호가가 맞아야 매매가 성사되므로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으면 투자하기 어렵다. 김기봉 유진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는 "LS전선 삼성SDS 등 장외 종목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서울 강남지역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며 "200억원 규모로 추가 편입할 종목을 찾고 있지만 최근 가격이 많이 올라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모주를 배정받은 개인들이 상장 직전 프리미엄을 받고 팔기 위해 장외시장을 노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반 투자자라면 장외주식 중개업체에서 기업 정보를 확인한 후 매매를 희망하는 투자자나 중개업자에게 직접 연락해 거래하면 된다. 비상장 주식 거래가 가능한 동양종금증권 등 증권사를 통해 수수료를 내고 매매할 수도 있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장외 주식은 주로 중개업자들을 통해 거래되기 때문에 허수 호가나 결제 불이행을 조심해야 한다"며 "기업 정보도 부족하므로 투자자들은 공시 정보를 직접 찾아 분석하는 정보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