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G2 환율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6월19일 위안화 환율의 탄력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중국이 그간 용인한 달러 대비 위안화 절상폭은 2%도 안된다. 중국은 2005~2008년 위안화 가치가 21% 절상되도록 허용했다가 금융위기를 계기로 2008년 7월 이후 2년간 위안화 환율을 달러에 고정시켰다. 그러다 다시 절상을 재개했다.

하지만 미국은 절상속도가 너무 느리고 절상폭도 너무 작다고 불만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뉴욕 유엔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두 시간 동안 회담하면서 위안화 절상을 강력히 설득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미 하원이 29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환율조작국 보복법안(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 법안)은 그래서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아주 여러 해에 걸쳐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만 왔는데 오늘에서야 뭔가를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美 "G20 서울회의서 결론내자"

미 의회는 지난해 2269억달러였던 대중국 무역적자가 올해 2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의 인위적인 위안화 저평가 정책 탓에 중국산 제품이 미국에 밀려들어와 적자가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위안화가 향후 2~3년간 25% 절상되면 미국의 대중국 경상적자가 500억~1200억달러 줄어들고 일자리는 약 50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향후 5년간 수출을 두 배 늘리고 일자리도 200만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하원 법안은 무역상대국의 환율 조작분을 불공정한 수출보조금으로 규정하고 이를 상쇄시킬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만들었다. 최소한 18개월 동안 상당한 경상흑자를 내는 국가가 이 기간 중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최소한 5% 떨어뜨리면 환율조작국에 올린다는 내용이다.

다만 미 업계가 환율조작국에서 수입된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거나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미 상무부는 이를 토대로 상계관세율을 결정하게 된다. 미 의회 예산국(CBO)은 지난 7월 중국에서 하루 평균 10억달러를 웃도는 제품이 수입됐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연간 2000만달러 정도의 상계관세가 걷힐 것으로 추정했다.

샌더 레빈 하원 세입위원장은 "11월에 열릴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통화가치 조정 합의가 이뤄지도록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는 G20 서울 정상회의에 위안화 환율문제를 의제로 올린다는 전략이다.

◆ 中 "美 환율법안 결연히 반대"

중국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야오젠 상무부 대변인은 30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환율을 근거로 중국산 수입에 대해 보조금 조사를 벌이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 의회 환율법안 통과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위안화 환율을 핑계로 중국에 대해 보호무역주의를 펴는 것은 양국 경제무역 관계를 심하게 훼손하고 양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야오 대변인은 "미국과 무역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조치를 기꺼이 취하겠다"고 말해 화해 제스처도 보였다.

법안이 시행되기엔 11월2일 중간선거 이후로 예정된 상원 통과 절차와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 등 갈 길이 먼 만큼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자는 복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 큰폭의 위안화 절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위안화 가치를 급속히 절상할 근거가 전혀 없다. 위안화 가치를 미국 요구대로 20~40% 올리면 얼마나 많은 중국 수출기업이 도산할지 알 수 없다. 위안화 환율은 경제적인 것이며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게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특히 중국은 현지 진출 미국기업들을 통해 법안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진출 미국 기업들로 구성된 주중국 미국상공회의소도 "이번 법안이 되레 미국의 일자리를 희생시킬 수 있다"며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행동에 들어갔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에스워 프래사드 코넬대 교수는 "거센 비난전에서 실질적인 액션으로 미국의 대응 강도가 높아졌다"고 해석했다.

반면 이란 핵 개발과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미국으로선 강공 일색으로 몰아붙일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