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오랫동안 소외되어 있던 중소형 건설주가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중견 업체를 중심으로 주가가 최근 크게 움직이고 있는 것. 추세적으로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중소 건설사는 대형사에 비해 주택 비중이 높은데, 아직 주택시장이 살아날 조짐이 없어서다.

하지만 대형 건설주에 비해 낮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과 그간 숨통을 조였던 유동성 개선 가능성이 기대감을 조금씩 키우고 있다. 최근 전세금이 크게 오르자 내년에는 주택시장이 다소나마 살아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30일 증시에서는 계룡건설(9.29%) 태영건설(8.80%) 한라건설(4.67%) 경남기업(2.42%) 코오롱건설(2.39%) 등이 강세를 보였다. 전날에도 두산건설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중견 건설사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이날 GS건설(-4.36%) 현대산업(-3.05%) 대림산업(-2.65%) 현대건설(-1.36%) 등의 대형사 주가가 대체로 부진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들 중소형 건설주의 최근 상승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대형 건설주는 국내 주택경기가 부진해도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만, 중소 건설주는 주택과 토목 위주여서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백재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택경기의 회복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디고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수주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수주가 가능한 대형 건설주 위주로 투자범위를 좁히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 주가 수준이나 개선 가능성 등을 놓고 보면 오히려 지금이 투자 기회라는 주장도 있다. 여기서 더 나빠지기는 힘드니 '역발상 투자'가 가능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그 근거로 절대적인 주가 수준이 낮다는 점을 든다. 실제 밸류에이션을 논하기 힘들 만큼 중소 건설주의 주가가 낮다. SK증권에 따르면 비교적 잘 알려진 중소형 건설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배는 고사하고 0.5배도 안 되는 곳이 수두룩하다.

한신공영 동부건설 삼환기업 등은 각각 0.2배 가량에 불과하고, 코오롱건설 신세계건설 계룡건설은 0.3배, 두산건설 삼부토건 0.4배, 한라건설 태영건설 서희건설은 0.5배 수준이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극단적으로 회사가 망해 자산을 모두 팔아 빚을 갚아도 남는 게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한신공영 태영건설 등은 재무구조가 비교적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불구, PBR이 0.5배 이하다.

벌어들이는 순이익과 주가를 비교한 주가수익비율(PER)을 봐도 동부건설이 2.3배, KCC건설 3.1배, 태영건설 3.9배, 한라건설 6.9배 등에 불과하다.

밸류에이션 매력에 더해 최근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좋아진 것도 중소형 건설사의 투자매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상당수 중소형 건설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분류돼 돈이 안 돌고 있어서다.

박형렬 SK증권 연구원은 "중견 건설사의 회사채 등급은 상당수가 투기등급인 BBB- 이상이지만, 채권 투자자들이 모두 싸잡아 투기등급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채권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금리를 많이 주는 중소 건설사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하는 게 가능해져 중소형 건설사의 유동성은 크게 좋아지고, 투자심리도 급격히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도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내년 이후 공급물량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전세금이 큰 폭으로 뛰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내집 마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창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의 3대 변수인 정부정책, 주택수급, 주태가격 등의 흐름은 점차 우호적인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며 "올 4분기를 저점으로 내년부터 부동산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