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일본 등 선진 3국이 자국통화 절상을 막기 위한 정책 실행에 돌입하면서 '3국간 환율전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약세를 유도 중이고, 일본은행은 약 6년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강세 속도를 늦추고 있다. 미국의 통화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은 '가파른 위안화 절상은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렇게 선진 3국이 '환율방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자국의 어려운 경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해외(수출)에서 찾으려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반면 한국의 경제지표는 글로벌 경제와 '디커플링'을 지속하며 대외경기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당분간 원화강세(환율하락)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원화절상 압력이 커지는 시기에 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정보기술(IT) 등 대표 수출주보다 소외업종에 눈을 돌리는 게 유효할 수 있다고 권했다. 아울러 올 3분기 '어닝시즌'을 맞아 상대적으로 실적 모멘텀(상승동력)이 돋보일 수 있는 유망업종으로 금융업종을 제시했다.

KB투자증권은 27일 '금융업종을 한 번쯤 봐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보고서를 통해 올 4분기 금융업종에 대한 '비중확대'를 권했다.

이는 선진국들의 환율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원화의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이고, 3분기 국내 주요기업들의 실적추이를 보여주는 대표지수(KRX100,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의 우량종목을 편입한 한국의 통합주가지수)의 향후 12개월 주당순이익(EPS)이 이달 들어 하항추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IT업종의 실적 하향 조정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한국증시가 9월 마지막주부터 '프리 어닝시즌(pre earnings season'에 들어서는데 현재 2010년 3분기 KRX100 순이익은 21조19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이 증권사는 전했다. 실제 기업들의 3분기 순이익이 이를 만족시킬 경우 시장의 하향 조정압력은 완화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면 시장의 조정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수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3분기 기업실적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업종이 바로 금융업종이라는 것. KB투자증권은 이 보고서에서 "금융업종은 지난 2분기 대규모 대손충당금 설정으로 인해 이익훼손이 진행됐다"며 "3분기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설정 규모가 3분기 KRX100의 이익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선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의 여파와 재고조정 우려가 커진 IT업종을 비롯해 휴가시즌 등으로 조업일수가 줄어들어 비수기를 지낸 제조업종(IT제외)의 이익하향 조정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3분기 KRX100 순이익이 예상치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금융업종의 이익이 가장 중요하다.

지수의 추가상승을 위한 캐스팅보트(결정권)를 금융업종이 쥐고 있다는 얘기다. 선진국들의 환율전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원화가치가 장기 상승할 것으로 보고, 3분기 어닝모멘텀과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을 감안할 때 은행 보험 등 금융업종이 아주 매력적인 4분기 투자처라고 KB투자증권은 밝혔다.

이 증권사는 또 "일반적으로 4분기 주식시장은 그 다음해의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반영하게 마련이다"라며 "2011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의 실적 성장률(earnings growth)은 전년대비 6.35%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금유업종의 경우 전년대비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3국의 환율전쟁에서 승자는 미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솔로몬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현재 달러화 약세 기조를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이는 3국간의 경제적 차이와 금리수준, 무역불균형 등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경기와 금리측면에서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야 할 이유는 별로 없지만, 일본은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국이고 미국은 적자국이라는 측면에서 엔화 강세요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중국을 비교할 경우 위안화는 상당히 저평가돼 있어 가파른 위안화 절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솔로몬투자증권은 판단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