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경기둔화 우려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코스피 지수가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1800선 탈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23일 오전 10시57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0포인트(0.16%) 오른 1779.44를 기록 중이다.

지수는 오름세로 장을 출발한 후 한때 1788.71까지 올라 1800선 도달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이후 기관 매수 규모가 축소되면서 지수는 보합권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주 국내 증시가 대외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경기와 기업실적으로 대변되는 주식시장 변수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경제지표 등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주에는 미국의 고용과 주택, 2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 등의 경제지표가 발표된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증시의 관심이 부진한 경기 현황보다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책 대응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코스피 지수가 1800선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심재엽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발표되고, 오는 27일(현지시간)의 경우 미국 밴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잭슨홀연설이 증시에 호재성 재료가 될 전망"이라며 "이번주 코스피 지수는 대형주 상승에 힘입어 18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코스피 지수 상승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한다면 신흥국가 시장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세가 본격화 될 수 있다고 심 팀장은 기대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발표되는 미국 2분기 GDP 확정치에 대한 시장 예상치는 1.4%로, 이는 속보치 2.4%에 비해 1%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2분기 GDP 확정치가 1%대로 하향 조정될 전망이어서 경기 둔화 경계감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이는 주식시장을 추세적으로 압박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고, 코스피 지수가 고점과 저점을 높이는 흐름 속에서 이달 중으로 1800포인트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성락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반응은 부진한 2분기 GDP 확정치에 실망하기보다 11월 중간 선거 이전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모르는 경기부양책에 기대를 걸 것"이라며 "증시 주변의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고 판단돼, 아시아 증시의 차별화 더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미국 경제지표 부진이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주말 미국 제조업, 고용 지표 악화 소식에도 외국인 매도세가 완화됐고, 이는 미국 경제지표 부진의 위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며 "미국 2분기가 경제 성장률 기준으로 저점이라고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경기둔화 지속에 대해 과도한 우려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증시의 기업실적을 고려한 주가수준(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점은 코스피 지수의 하방경직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수준을 고려할 경우 더욱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매수세 유입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강현기 솔로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국내증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9배 수준으로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국내 금리 인상에 따른 원화 강세는 외국인의 투자를 유인할 요소"라고 밝혔다.

최근 주식형 펀드 환매가 진정되고 코스피 지수 1750선에도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등 국내 수급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 1800선 도달을 위해서는 세계 경제 및 증시의 안정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진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의 상대적인 매력도가 충분하더라도 주가 상승을 위한 최우선 조건은 거시경제 환경의 안정화"라며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수요둔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3분기 실적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코스피 지수는 1700선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에너지를 비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