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 시장에 투자자를 뺏긴 운용사들이 반격에 나섰다. 소수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 랩 스타일' 펀드가 잇따라 출시됐다.

10일 현대자산운용은 엄선된 핵심 소수종목에 대한 집중투자하고, 시장 전망에 따라 주식 비중을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현대 다이나믹포커스 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15종목 내외의 소수 시장주도주에 집중투자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필균 현대자산운용 마케팅본부 이사는 "이 펀드는 주식혼합형으로 출시돼, 증시 전망이 좋지 않을 땐 주식 비중을 크게 낮춰 수익률을 방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투자자문사들보다 우수한 시스템과 리서치 지원, 인력 자원 등을 활용해 높은 성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GS자산운용도 이날 'GS선택과집중 펀드'를 출시하고 메리츠종금증권을 통해 판매에 들어갔다.

이 펀드는 채권혼합형 펀드로 채권을 50% 이상 편입한다. 대신 나머지 주식 포트폴리오는 10개 이내의 종목으로 집중 구성해 수익률 극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GS자산운용 관계자는 "증권사와 손을 잡고 자문형 랩 상품을 운용해본 결과 수익률이 뛰어났다"며 "이에 자신감을 갖고 공모형 펀드 상품을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신 10개 종목만 갖고 공모 펀드를 구성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므로 채권을 통해 안정성도 꾀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자문형 랩 스타일의 펀드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것은 주식형 펀드에서는 환매가 줄을 잇는 반면 자문형 랩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올해 들어 자문형 랩 상품에 2조4000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9조400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안정균 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펀드 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다보니 자산운용사들이 대안으로 자문형 랩 스타일의 펀드를 출시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최소 가입금액이 1000만원 정도인 자문형 랩에 비해 공모 펀드는 적은 금액이라도 가입할 수 있고, 적립식 투자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펀드의 규모가 커질 경우 운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공모펀드 규정상 펀드당 한 종목의 지분을 최대 10%까지만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 덩치가 커지면 중소형주를 자유롭게 매매할 수 없게 되고 대형주 위주로만 편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펀드 규모가 커지고 지분 비중이 높아질수록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져, 운용사가 주식을 팔 때 해당 종목의 주가가 흔들릴 가능성도 크다.

한 애널리스트는 "초기 수익률이 좋다고 뒤늦게 따라 들어간 투자자가 손해를 볼 수도 있으니, 펀드의 운용 전략을 신중히 검토할 것"을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