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펀드 시세조종에 대해 전면 조사에 나선 것은 펀드시장이 100조원 규모로 커지면서 펀드매니저에 의한 시세조종 시비가 곳곳에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적발된 D자산운용의 종가관리 수법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펀드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거래는 시세조종 목적에 따라 관리형,경쟁형,공모형으로 나눌 수 있다. D운용 사례는 '수익률 관리형'에 해당된다. 장 마감 직전 동시호가 때 펀드 편입종목에 대해 고가 매수주문을 넣어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가장 흔한 수법이지만 주가를 끌어올리는 폭이 크지 않아 단순 주문인지,시세조종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수익률 경쟁형' 시세조종은 경쟁 운용사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경쟁 펀드의 대표 편입종목에 대해 마감 동시호가 때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대량으로 매도주문을 내 주가를 끌어내리는 수법이다. 2007년 대세 상승장에서 펀드 수익률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처럼 서로 발목을 잡는 불공정 매매가 빈번했다. 하지만 단발적인 경우가 많고 '불순한 목적'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펀드매니저 '주가 조작' 조사] (上) 내 종목 고가매수…남의 것은 저가매도…작전세력과 담합
시장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수법이 '수익률 공모형'.펀드매니저들끼리 짜고 특정 종목 주가를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소속사가 달라도 모임이 잦고 친분이 있는 경우가 많아 공모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량이 적은 중소형주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주가를 밀어올린다. 한때 증시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특정 종목을 집중적으로 살 때 다른 운용사들도 추종 매매에 나서면서 주가가 단기 급등하는 사례가 빈발해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기도 했다.

펀드매니저가 개인 이익을 위해 시세를 조정하는 유형이 '뒷돈 착복형'이다. 작전세력과 짜고 펀드매니저가 작전주를 고점에서 받아줘 작전세력의 차익실현을 돕고 뒷돈을 받는 행위다. 이 경우 이상급등한 종목을 고점에서 샀기 때문에 주가가 폭락할 경우 펀드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게 된다. 과거 작전주들이 활개를 칠 때 이런 의혹들이 제기됐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자기매매형'도 있다. 편입종목을 잘 아는 펀드매니저가 개인적으로 먼저 주식을 산 뒤 주가가 오르면 팔아 이득을 챙기는 행태다. 애널리스트로부터 미리 종목 추천 리포트를 입수해 특정종목을 산 뒤 부당이익을 얻는 것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펀드매니저의 시세조종 개연성은 예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적발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